최근 지인 A가 급하게 집 매매계약을 맺었습니다. “내가 최고가 기록을 찍으며 집을 살 줄 몰랐다”는 A는 “여러 대책이 나온 후 조금이라도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전세도 많이 올려달라는데 집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고… 지금 안 샀다간 영영 못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최고가면 어때, 실수요로 살 집인데’ 하면서 그냥 계약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각 아파트 단지에서 집값 최고가 기록을 찍는 이들은 정부가 혐오하는 투기꾼이 아니라, 여기서 집값이 더 오르면 아예 집을 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까 두려워하는 무주택자가 대다수입니다. 살 집도 있고 두둑한 현금도 지닌 이들이야 뭐가 아쉽겠습니까. 느긋하게 기다리다 급매물이 나오면 소위 ‘줍줍’하면 되는 것을요. 그들은 최악의 경우 집을 안 사고 이득을 덜 보면 그만입니다.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체 주가는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당장 분양을 준비 중이던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발끈한 상황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세 시장이 꿈틀거리는가 하면, 이로 인해 향후 서울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분양 시장도 후끈합니다.

정부가 온갖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그게 ‘도깨비방망이’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시 지인 A 스토리로 돌아가보죠. A는 “좀 더 버티다 로또 분양에 희망을 걸어볼 것을 그랬나” 후회 중입니다. 실제 분양가상한제의 효과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무주택자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앉은 자리에서 떼돈을 벌 수 있어, 아니면 분양가상한제 덕분에 집값이 전체적으로 내려갈 수 있어’ 속삭이면서 이들이 우르르 매매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거죠. 아마 초기에는 이 같은 달콤한 속삭임이 먹혀들어갈 겁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로또면 뭐합니까. 공급이 없으면 수익을 얻을 기회 자체가 없는 걸요. 또 그런 귀신 같은 행운이 딱 내게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걸요. 그뿐인가요. 뭐든 억지로 누르면 어떻게든 어디서든 터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는 사이 공급 부족에 집값이 계속 오르면 기다리다 지쳐 지금과 비교도 안 되는 가격의 新최고가 매매계약서에 눈물을 머금고 사인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정부와 일각에서는 그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가 봅니다. 하긴 아예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려나요.

그런데 도깨비방망이가 꼭 좋은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옛날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희망할 수도 없고, 행운을 누리지도 못하는 대부분 사람은 더 불행해질 수 있는 것’, 그 혹이 벌써부터 턱에 탁 달라붙은 것 같은 건 그저 느낌일까요.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8호 (2019.07.24~2019.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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