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로 국내는 연일 비상입니다. 일부에서는 생각보다 일본의 무역규제기조가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민들은 일본의 무역규제를 보복성으로 규정하고 유니클로(UNIQLO) 등 일본제품뿐 아니라 일본산 재료를 쓴 국내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데요.
일본과의 무역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 바로 '적자'입니다. 상대국가와의 무역균형, 즉 얼마나 수입하고 얼마나 수출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무역수지인데요. 상대국가에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으면 무역흑자가 나고 반대이면 무역적자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단 한 번도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1965년 이후 54년 동안 매년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이 708조원에 달합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무역수지에서 240억7516만 달러의 적자를 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본에 92만5648건의 수출건수를 기록, 금액은 305억2858만 달러입니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건수는 178만4331건으로 금액은 546억374만 달러입니다. 수출건수보다 수입건수가 약 2배 많고 금액도 약 1.8배 더 많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원자로ㆍ보일러ㆍ기계류와 이들의 부품(123억6062만 달러) ▲전기기기 등 부품(82억2316만 달러) ▲광학·의료용 기기 부품(42억4719만 달러) ▲철강(55억9543만 달러) 순입니다.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재료로 쓰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난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품목을 보면 ▲반도체 제조장치(52억4200만 달러) ▲CPU, 메모리 등 집적회로(19억2200만 달러) ▲정밀화학원료(19억 달러) ▲플라스틱필름, 시트(16억3400만 달러)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핵심 산업의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아 국내 경제에 미칠 타격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일본에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일본의 무역보복이 거세질수록 한국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만 일본 역시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얻었던 이익이 줄어든다는 뜻인데요.
더군다나 현재 일본의 무역적자가 큰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지속한다면 향후 적자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재무성은 18일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4.7% 감소한 38조2404억 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입액은 전년 동기대비 1.1% 감소한 39조1292억 엔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올해 상반기에만 8888억 엔(약 9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수출상대국 순위는 중국(19.5%, 15조9000억 엔), 미국(19%, 15조4700억 엔), 한국(7.1%, 5조7900억 엔), 대만(5.7%, 4조6800억 엔), 홍콩(4.7%, 3조8300억 엔) 순입니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상대국 3위에 해당하는 국가입니다.
일본종합연구소(JRI)가 지난해 10월 한일 무역관계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는 일본 무역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한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 시장이고 한일 간 반도체 무역액이 증가하고 있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은 한국 인재를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한국 사업 진출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일본이 자국으로 수입하는 물품이 가장 많은 국가 상위 순위에도 한국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수입상대국 순위는 중국(23.2%, 19조1900억 엔), 미국(10.9%, 9조100억 엔), 호주(6.1%, 5조500억 엔), 사우디(4.5%, 3조7300억 엔), 한국(4.6%, 3조5500억 엔) 순입니다. 한국이 일본으로의 수입물품을 제한한다면 일본도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대(對)한 수출규제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에도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기업이 공급원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은 부품을 사들여야 할 한국의 피해가 커 보이지만 결국에는 한국이 부품수입처를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얻고 있던 일본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도쿄신문 역시 4일 '한일기업 동반 붕괴 우려, 수출규제 강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강화로 한국의 반도체 제조가 줄어들면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치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반대로 한국의 반도체를 활용해 만드는 일본의 전기메이커나 PC등 제조품의 부품공급이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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