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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러시아 펀드 ‘파죽지세’ 올 28% 상승-국제유가 반등에 ‘훨훨’…금리 인하도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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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증시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7월 16일 러시아 RTS지수는 1382.09에 장을 마감하며 연초 이후 상승률 27.2%를 기록했다. 증시가 우상향곡선을 그리자 러시아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러시아 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05%. 중국(24.46%), 베트남(6.36%), 브라질(24.52%), 인도(10.92%)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은 물론 일본(8.96%), 북미(22.5%) 등 선진국 펀드에 비해서도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상품은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 올해 들어 수익률이 무려 41.7%다. ‘미래에셋인덱스로러시아’와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가 각각 연초 이후 수익률 29.9%, 29.4%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두 펀드 모두 천연가스 생산업체 가스프롬과 노바텍,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와 타트네프트,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와 ‘신한BNPP러시아’도 각각 연초 이후 수익률 29.1%, 27.1%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장기 운용성과는 더 뛰어나다. 2년 수익률은 39.7%, 34.6%, 3년 수익률은 72.3%, 59.9%나 된다. 러시아 펀드 중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한화러시아’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25.7%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러시아 펀드가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가 반등이다. 지난해 4분기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조치,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등이 원인이다. 지난 5월 다소 조정을 받기는 했으나 6월 다시 회복세에 진입했으며 여전히 지난해 말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12월 24일 배럴당 42.53달러까지 하락한 서부텍사스유(WTI)는 이후 반등해 올해 7월 16일 57.62달러로 뛰었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12월 24일 배럴당 50.47달러를 기록하며 저점을 찍은 후 지난 7월 16일 기준 64.35달러까지 올라왔다.

매경이코노미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기업은 러시아 증시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유가 상승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한다. 이종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팀장은 “미국과 이란의 대립 등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동 산유국과 달리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7.75%에서 7.5%로 낮췄다는 점 또한 상승세에 보탬이 됐다”고 덧붙인다.

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지금 러시아 펀드를 매수해도 되는지’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결정적인 이유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7월 10일(현지 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경기 확장세가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화 완화 의지로 해석한다. 미국이 금리를 내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신흥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 중앙은행 역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투자자가 반길 만한 소식이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스프롬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배당을 늘릴 확률이 높다는 점도 눈여겨봄직한 요소다. 이재선 애널리스트는 “가스프롬은 최근 지난해 대비 주당배당금을 두 배 가까이 올리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정부가 대형 국영기업들이 배당성향을 50%까지 늘릴 것을 강력하게 장려한 결과다. 가스프롬 이외 국영기업도 이 행보에 동참할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가 하반기부터 경기 부양책 ‘2024 러시아 국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재정 확대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단,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유가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가 관련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6월 말 산유국 회의에서 OPEC이 감산 기간 연장에 합의한 데다 이란·베네수엘라 석유제재, 미국 정제시설 가동률 상승, 원유 재고 감소 등으로 인해 하반기 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반면 한쪽에서는 미국 셰일가스 증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원유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하락세를 점친다. 만약 유가가 하향곡선을 그린다면 러시아 펀드도 타격을 입을 확률이 높다.

이종경 팀장은 “러시아 펀드에 거금을 한꺼번에 배분하기보다는 유가를 비롯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를 확인해가며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천한다”고 제언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8호 (2019.07.24~2019.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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