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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반도체 업계, 신개념 공정 노력까지…현장 '분노'에 비상 대책 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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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세메스 등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진은 세메스 반도체 장비 MICHELAN O2. /세메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내실 다지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소재·장비의 국산화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새로 도입해 제조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일본 수출 규제가 현장 관계자 마음을 돌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재료 관련 협력사들은 최근 모든 공정에 소재와 장비 공급망을 확인하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를 예상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공정이 워낙 복잡한만큼 철저하게 조사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구매 등 일부 부서는 대안책을 찾아 잇딴 출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척 등 일부 공정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도입도 추진 중이다. 단순히 대체 공급처를 찾아나는 데에서 벗어나 소재 사용 자체를 최소화한다는 얘기다. 추후 변수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조 원가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가 혁신을 본격화한 데에는 총수들이 직접 나선 영향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주문한 후 '내재화' 노력이 본격화됐고, SK하이닉스도 이석희 사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는 등 비상 체제를 시작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가 새로운 도전을 부채질하는데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 현장 임직원들이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국산 장비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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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김동섭 사장에 이어 이석희 사장까지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며 위기 극복 노력을 본격화했다. 사진은 21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석희 사장. /SK하이닉스


앞서 반도체 업계는 소재와 장비 국산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현장 반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소재와 장비를 무리하게 도입했다가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 수출 규제 이후 현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국산화 시도에 탄력이 붙었다는 전언이다. 이를 통해 장비 업체들도 지지부진했던 새로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변수는 정부 태도다. 당장 일본 수출 규제 직후 정부가 장비와 소재 국산화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도,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한다는 뜬금업는 주문에 업계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수준 높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데, 기술을 협력사에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저렴하게 빌려주면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자칫 품질이 낮은 소재와 장비를 강제로 도입하게 했다가는 공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이 수출 규제 피해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대기업 때문이라고 발언하면서 정부를 향한 불신은 더 깊어졌다.

한 반도체 업체 현직자는 "현장에서는 안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꺼려왔지만, 일본 수출 규제로 국산 제품이나 새로운 공정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된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를 내린다면 부정적인 여론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웅 기자 ju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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