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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데이터사업 말만 꺼내도 시민단체 고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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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자는 법안, 한숨쉬는 기업 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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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 규제를 받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며 앞서 나가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만 데이터 규제에 발목이 잡혀 데이터 경쟁력이 도태되고 있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금융사 등 국내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데이터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개망신법'에 묶여 있어 신사업 전개를 못하고 성장 기회를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한 노인 돌봄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헬스케어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스피커를 사용하는 노인들의 건강 상태 등 개인정보에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해 혈당관리와 같은 구체적 의료 돌봄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식별 정보 활용을 규제한 법 때문에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

정부가 비식별 정보는 사용해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도 개인정보 활용을 제한한 법이 버티고 있는 한 기업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데이터 활용 사업을 전개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데이터 활용 사업을 추진했으나 돌아온 것은 검찰 조사나 시민단체 고발이었다"면서 "정부가 신사업을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2017년 정부가 시행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SK텔레콤과 KB손해보험 등 기업들은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신사업을 추진했으나 시민단체들로부터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결합한 것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며 고발당한 바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식별할 수 없는 가명 데이터를 동의 없이 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법적 근거가 없다며 "준수하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집행하기 힘든 글로벌 기업과 우리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비식별 처리를 한 가명 데이터 활용이 묶여 있어 서비스 고도화를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비롯해 각종 서비스를 쏟아내는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도 구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도 신서비스 개발과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용정보법을 필두로 한 '개망신법' 개정을 촉구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한 수준의 정보 보호 규제를 갖추고 있지만 정보 주체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데이터 활용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데이터 관련 산업은 계속 제자리걸음"이라고 했다.

[이선희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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