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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독서 유발자’ 되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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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북튜브 ‘겨울서점’ 김겨울 작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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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유명한 책이라도 구글의 연관검색어는 ‘요약’, ‘독후감’, ‘서평’ 등이다. 책을 직접 읽는 대신 요약한 글을 읽거나, 독후감을 읽거나, 서평만 읽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중고교생은 수행평가용으로, 대학생은 리포트나 프레젠테이션용으로, 바쁜 직장인들은 ‘패스트’ 지식 습득용으로 필요해서다. 그러나 독서는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북튜버 김겨울(28) 작가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은 독특하다. 2년 반 전쯤 만들었는데 구독자 숫자가 10만명으로 국내 관련 채널 중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디엠시(DMC)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김 작가는 “‘겨울서점’은 책을 대신 읽어주거나 책을 직접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알려주는 채널이 아니다”라며 “바쁜 시간을 내서라도 책을 읽도록 만드는 채널, 독서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채널을 처음 열 때부터 독자들이 많이 원하는 요약, 독후감, 서평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라디오 진행자 활동
서평·독후감·요약 즐겨찾는 세태
‘독서는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
유튜브 채널 3년째 구독자 10만명


31일 한겨레교육 ‘퇴근길 콘서트’
유튜버·프리랜서·집필 등 경험담


‘겨울서점’에 올라온 150여개의 동영상 가운데 가장 조회수가 많았던 건 ‘독서 루틴’이다. 여성들이 많이 보는 유뷰브 채널인 ‘뷰티 루틴’, ‘화장품 루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독서 루틴’ 영상에서 김 작가는 자신의 독서 습관을 소개한다. 그냥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연필로 밑줄을 긋고 귀퉁이에 질문이나 의문을 적는다,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듣지 않는다, 단 12월에는 캐럴을 듣기도 한다, 기억해야 할 페이지는 포스트잇이 아니라 북다트로 표시한다, 중요한 내용은 베어앱으로 정리한다 등이다.

‘빨리 빨리’ 지식 습득에 신경 쓰지 않는 그의 태도는 북리뷰 동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기적 유전자>는 꽤나 긴 25분45초 짜리다. 그는 책의 내용을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유전자 단위의 이기성을 증명할 수 있는가’, ‘책에서 촉발한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독자가 의문을 가지면서 좀 더 심도 깊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댓글에는 ‘25분이 순삭이네요…책을 절반밖에 못 읽었는데 이번 기회에 완독해보겠습니다’, ‘책 사놓고 두 바닥 읽고 덮었는데, 왜 읽고 싶게 만드나여…읽고 싶게 만든 영업력 넘나 신기’ 등이 달려 있다.

여기에 한 겨울에 난로 옆에 앉아 책을 읽는 듯한 ‘겨울서점’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김 작가의 매력적인 목소리도 독자들을 끈다. 처음 채널을 보면 전문 성우가 진행하는 줄 착가할 정도다. 김 작가의 목소리가 그만큼 맑고 또렷하기 때문이다.

요즘 일부 유튜버가 고소득을 올린다고 알려지면서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직장 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이 자유로운 프리랜서인 유튜버를 꿈꾼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를 보면 초등학생들의 미래 직업 선호도에서도 유튜버가 5위에 꼽혔다.

김 작가는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유튜버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쉬운 직업은 아니다”라며 “유튜버의 핵심은 성실성과 꾸준함이다. 규칙적으로 동영상을 올려야 하고, 1년 또는 2년 이상 꾸준히 해야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1주일에 1~2개 정도의 동영상을 올린다. 어떤 책을 선정할지, 어떤 내용으로 꾸밀지, 찍은 동영상을 어떻게 편집할지 등 고민할 게 많다. 기획·촬영·대본·편집 등 모든 걸 혼자 한다. 영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기도 한다. 동영상 한 개 작업에 3일 정도 걸린다.

김 작가는 “현재 채널 구독자가 10만명이지만 유튜브 수익만으로는 직장인 수준의 연봉을 벌기는 힘들다”며 “책도 쓰고 강연도 한다. 그래야 전업 유튜버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귀뜸했다. “유튜버 수익에 대해 오해가 많다. 구독자 숫자보다 중요한 게 조회수와 클릭 당 동영상 시청 지속시간”이라며 “한마디로 조회수가 많고 오랜 시간 봐야 수익이 올라간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독자 숫자를 늘리기 위해 ‘어그로 끌기’에 치중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영상 시청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튜브 인기 콘텐츠인 먹방을 보면, 1~2년 전 톱랭킹에 들던 유튜버가 지금은 하위권으로 밀리거나 사라진 사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김 작가는 “유튜버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무조건 그만두지 말고, 근무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잘 하는 분야 동영상을 올리다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확신이 선 뒤에 전업으로 나서라”고 조언했다.

그의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는 ‘RESIST’(레시스트·저항하다)란 문신이 새겨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일회용 문신이 아니다. 고교 수능 끝나자마자 홍대 앞에 가서 새긴 ‘영구문신’이다. ‘대치동 키드’로 자라나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뻔한 모범생 생활, 관습, 어떤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자 했단다. 실제로 그는 고려대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2015년 그룹 ‘겨울소리'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마포에프엠(FM)의 라디오 진행자로, 북튜버로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작가는 오는 31일 저녁 7시30분부터 90분 동안 서울 홍대앞 레드빅 스페이스에서 한겨레교육이 마련한 ‘퇴근길 콘서트’를 통해 독자를 만난다. 이 콘서트는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쉼표 같은 위로의 선물을 주기 위한 정기문화공연 이벤트로 참가자들은 시원한 수제맥주 한캔씩을 마시면서 6인조 어쿠스틱그룹 ‘하늘해밴드’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김 작가는 이날 유튜버로서 10만 구독자를 어떻게 모았는지, ‘겨울서점’ 채널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프리랜서로서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눌 계획이다. 마침 그는 최근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을 펴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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