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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김학균의 금융의 속살]금리 인하 나선 중앙은행들…미국 외엔 큰 효과 못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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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등 완화적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우리 시간으로 8월1일 새벽에 열리는 미국 FOMC(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금리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 밖에 ECB(유럽중앙은행)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추가적인 금융완화 정책 실시를 공언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각각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통상 주가는 통화정책보다는 경기를 반영해 움직인다.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은 경기가 안 좋을 때 실시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사이클에서 주식의 성과는 좋지 못하다.

반대로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은 경기가 너무 좋아 금리를 올려서라도 경제의 과잉 수요를 억누르고자 할 때 실시된다. 주가는 금리인상 국면에서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상당 기간 진행된 경기 둔화를 사후 확인해준 격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금리인하를 매개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하는 미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미국에서는 ‘보험용 금리인하’라는 말이 많이 언급된다. 미국 경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과 같은 불확실한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춘다는 것이 보험용 금리인하의 내용이다. 경기가 나쁘지도 않은데 금리를 낮추니 이는 주식시장에도 호재이다.

저금리를 선호하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금리인하를 독려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압력에 중앙은행이 살짝 굴복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1995년과 1998년에 보험용 금리인하가 단행된 바 있다. 1995년에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실시 직후 나타났던 멕시코의 외환위기와 예산안 대립에 따른 미국 연방정부 폐쇄가, 1998년에는 거대 헤지펀드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이 매개가 돼 금리를 내렸다. 두 경우 모두 경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의 금리인하였기 때문에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ECB의 통화정책은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요즘 유럽에서는 주요 채권 금리들이 속속 마이너스권에 진입하고 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마이너스 0.3%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상식에 반하는 사건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웃돈을 받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야 마이너스 금리만큼의 이자를 받으니 좋다고 하더라도, 자금 대여자가 오히려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돈을 빌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은행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논거로는 안전자산으로서 독일 국채가 가지는 위상, 디플레이션 기대 심리 등도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이다. 이렇게 보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를 거쳐, 마이너스 금리에까지 도달한 유럽은 이미 중앙은행에 대한 과잉기대가 형성돼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처럼 상황이 좋을 때 금리를 올려 놓은 국가는 경기 둔화국면에서 금리를 낮춰 경기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일반화되고 있는 유럽은 이미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힘든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비둘기파 본색을 드러내며 금융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책효과의 차이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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