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양승태 직권 보석… MB보다 ‘느슨한 조건’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원, 구속 179일 만에 석방 결정 / 법원 허가 땐 외출·출국 등 가능 / 경찰로부터 아무런 점검 안 받아 / 김경수 경남지사와 비슷한 수준 / “사실상 아무 조건 없는 조기석방” / “구속만료 전 직권으로 조건 단 것”

세계일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됐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내건 보석 조건은 앞서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해 전반적으로 느슨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에게 법원이 내건 보석 조건이 적정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일보

구치소서 집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보석으로 풀려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2일 직권남용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건부 보석을 직권으로 허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원래 조건부 보석에 거부감을 보였으나, 이날 변호인단과 상의한 끝에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179일 만에 석방됐다.

세계일보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한테 내건 보석 조건은 ‘가택 연금’에 가까운 조건으로 풀려난 이 전 대통령보다 가볍고, 김경수 경남지사와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과 김 지사는 외출이 허용될 뿐 아니라 법원의 허가를 얻으면 3일이 넘는 여행·출국도 가능하다. 병원 진료조차 법원의 사전 허가가 있어야 가능할 정도로 엄격한 출입 제한을 받는 이 전 대통령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타인과의 만남 및 연락도 이 전 대통령에 비해 넓은 폭으로 허락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배우자나 직계혈족, 변호인 등 외의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연락·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을 하지 못한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받는 사건과 관련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이러한 제한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관할 경찰서장한테 매일 점검받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경찰로부터 아무런 점검을 받지 않는다. 법원이 이 같은 점검 조항을 양 전 대법원장한테는 달지 않아서다. 보증금도 이 전 대통령의 10억원과 달리 3억원으로 크게 적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매주 화요일 주간활동내역을 시간 단위로 작성해 제출해야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

세계일보

법조계에선 보석 조건의 적정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아무 조건도 없는 ‘조기 석방’일 뿐”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건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구속 만료로 원래 풀려날 예정이어서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할 수 있었는데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건을 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일반적인 보석에 비해 조건이 있긴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제한은 아니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온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이 보석을 받아들인 이유를 묻자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