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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설] 더 강경해진 아베, 끝내 글로벌 공급망 무너뜨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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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참의원 선거 직후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과반 의석을 얻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그대로 밀어붙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3~24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함을 알린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24일부터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등 핵심소재 3종의 수출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다. 백색국가 제외조치는 각료회의 등을 거쳐 8월 22일 무렵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영향은 1100개 품목에 미치게 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내 산업 분야에서 일본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그동안 자유무역체제 아래 비교우위에 따라 분업관계를 구축해 왔고 일본은 소재·부품과 기계설비 공급자로서 큰 혜택을 누려왔다. 그런데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면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된 국제 분업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면 세계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이를 사용하는 각국의 산업도 곧바로 충격을 받게 된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1차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충격을 받겠지만 그 피해가 한국 기업들에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부품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과 아시아 각국으로 충격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을 주고 그 결과 한일 갈등이 일본 대 세계 각국의 갈등구도로 바뀔 수 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일본산 소재·부품 대체, 수입 다변화에 나선다면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는 장기적으로 일본에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베 정부가 한일 외교 갈등을 빌미 삼아 기술 무기화와 경제 보복을 밀어붙인다면 글로벌 공급망과 자유무역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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