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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취재일기] “장관님 세종 근무일 자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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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131일(전체 근무일 기준 36.1%)’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7년 5월 31일 취임 후 세종에서 근무한 날이다. 반면 서울 근무는 46.8%(170일)나 됐다. 국무총리는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일부 장관은 세종에서 근무한 날이 열흘 중 사흘도 안 됐다. 정부가 나서 세종 중심 근무를 강조하는 것과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최근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세종청사 근무와 관련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부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라고 한다. 세종참여연대 정보공개 요구에 12개 부처(총리 포함) 중 7곳만 답을 했다. 나머지 5개 부처는 공개를 거부하거나 유보했다. “장관의 세종청사 근무와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답한 곳도 있었다.

이낙연 총리는 취임 초 “일주일에 나흘(57.1%)은 세종, 사흘(42.9%)은 서울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자신부터 솔선수범을 보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 그가 세종에서 근무한 날은 계획보다 21.0%P나 적었다.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정보를 공개한 장관 중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50%(30.5일)로 세종청사 근무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44.9%(89일)를 세종청사에 머물렀다. 반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은 각각 28.9%, 23.9%로 하위권이었다.

그나마 정보를 공개한 곳은 다행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3개 부처는 “장관의 세종청사 근무 관련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정보 공개를 미루고 있다. 통계가 없다면 업무 태만이고 고의로 공개하지 않았다면 비난 여론에 귀를 막겠다는 것이다.

세종에 있는 총리·장관의 관사 역시 이용이 저조했다. 총리를 비롯해 5개 부처 장관은 일주일에 평균 이틀만 세종관사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부처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장관이 며칠이나 관사를 이용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종시민들은 대통령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의 조속한 설치, 정부부처 추가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장관들의 서울 바라기가 끝나지 않으면 무늬만 행정수도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서다.

2012년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이 시작된 뒤 장관들의 잦은 서울 근무와 출장으로 업무 비효율, 공직사회 활력 저하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5월 부처 장·차관의 부재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 내부소통 부족, 행정 비효율, 조직역량 저하를 막겠다며 세종청사 근무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말까지 장·차관 서울 집무실을 완전히 폐쇄하고 고위공직자 정례회의 세종 개최와 내부 보고·회의를 위한 서울 출장을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세종청사 근무와 관련한 결과를 보면 정부 발표가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을 떠나는 공무원들에게 세종 이주를 강요하기도 어렵다. 총리와 장관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때다.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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