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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현미경] 이란의 英 유조선 나포 받은 대로 되갚아 주는 키사스 방식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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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영국·미국과 같은 강대국을 상대하는 이란의 대응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상대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이다. 민주주의 법질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잔혹하게 들리지만, 이슬람 국가에선 지금도 형사 재판에서 사용되는 친숙한 방식이다.

영국 해병대는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EU 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 당시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묵과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는데, 실제로 보름 만인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했다.

이처럼 받은 피해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이란의 보복은 이슬람의 '키사스(Qisas)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코란에 나오는 키사스는 '받은 방식 그대로 되갚아 준다'는 뜻의 이슬람어다. 코란은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코는 코로, 상처는 상처로 갚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슬람 법학자들이 7~10세기 코란과 선지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엮어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만들면서 키사스는 아예 법제화됐다. 이란·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국가는 지금도 형사 재판에서 키사스를 처벌 방식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형법에 적힌 '생명의 키사스'에 근거해 살해 피해자의 가족이 법원에 가해자의 사형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신체 일부에 대한 키사스'에 따라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이 법원에 가해자의 신체에 동등한 부상을 입히기를 요청할 수 있다. 심지어 파키스탄은 살해 피해자의 가족이 직접 가해자가 살해한 장소와 방식을 똑같이 재현해 가해자를 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슬람이 항상 파괴적인 복수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코란에는 "용서하고 보상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알라의 상이 따르리라"는 구절도 있다. 오히려 키사스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당한 것 이상 보복하지 말라'며 상한선을 정해준 것에 가깝다. 실제로 피해자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체적 보복을 가하는 '키사스' 외에 돈으로 배상받는 '디야(Diyya)'나 아예 용서하는 방법을 선택할 권리도 주어진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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