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옥의 한반도 '톡'] 경제와 군사‧안보까지 내다보는 장기 대책 준비해야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역사적으로는 먼 나라다. 그래서 양국간 노력과 협력이 더욱 절실한데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 들어 양국은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21일 참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현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선거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경제와 안보를 포괄한 장기적 목표를 향한 포석인 것 같아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비가 절실하다.
'지피지기'라는 말이 지금처럼 와 닿은 적이 없다. 아베 정부는 지금의 도발을 언제부터 준비했고 왜,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 대외 무역환경이 좋고 국내경기가 좋다면 일본의 도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여유로울 수도 있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갈등 해결이 '시계제로'인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은 오히려 '네 탓, 남 탓'으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를 향한 아베의 '아부'는 기가 찰 정도였다. 다분히 전략적이었음을 상기한다. '아부'인 줄 알면서도 쉽게 빠지는 이유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기 때문이고, '아부'한 이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친근감을 느끼기(리처드 스텐걸 저, <아부의 기술>) 때문이라고 한다.
아베 정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근거한 불(不)개입주의, 미‧중 무역전쟁과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미중 군사‧안보 다분히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아베는 '아부'로 공을 들인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트럼프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국익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트럼프 행정부가 아베 정권을 막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여느 정부 때보다 트럼프와 아베, 미일동맹은 공동의 이익에 있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일찍이 아베는 총리 취임전인 2006년부터 인도‧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도‧태평양전략을 제시했다. 중국과 대치하는 이 지역을 하나의 전략공간으로 간주했다.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 패전 후 육‧해‧공군 전력을 보유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그러나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경찰예비대를 창설했고, 이는 1954년 자위대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목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왔고, 자위대는 일본의 명실상부한 군대로 역할하고 있다. 아베 집권 이후 방위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럼프는 오바마정부의 '아태 재균형정책'을 대신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정책(free and open Indo-Pacific)'을 채택했다. 트럼프와 아베의 중국의 해양진출 견제를 위한 대 중국전략, 즉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시작은 아베였지만 트럼프에 의해 인도‧태평양정책은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상황이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 남‧북‧미간 회담이 무르익어가면서 일본에게 더 이상의 북한 호재는 없어지게 된다.
한편 아베는 2012년 12월 두 번째 총리임기를 시작하면서 "일본을 다시 찾자"고 외쳤고, 2017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내 시대의 사명은 자위대 합헌화"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 즉 평화헌법 개정에 두고 있는 아베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다면, 이는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아베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G20이 끝난 바로 다음인 7월 1일 발표됐고, 4일 시작되었다.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를 아베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감행함으로써 '따라하고' 있다. 과거사문제가 수출규제 문제로 확대되었고, 앞으로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 승리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의 군사‧안보 갈등이 격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이 시작했으니 일본이 먼저 수출규제를 철회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현재까지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외교를 통한 해결은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기세다. 수출규제로 시작된 '전쟁'은 아베가 소기의 대내적‧대외적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끝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 후보의 옆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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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라 했던가. 지금이야말로 초국가적인 협력과 대응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여야가 따로 없고 정부와 기업, 정부와 국민이 따로 없다. 야당은 여당과 정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일본을 상대로 직접 움직여도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안에서 상대를 흠집 내는 말은 더 이상 듣기 싫다. 소모전으로 밖에 안 보인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직접 행동으로 움직여 보라. 그럼 국민이 박수를 칠 것이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과거사는 잠시 접어두고 현실적인 실용주의 외교로 이 난국을 현명하게 타개해야 한다. '정부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뒷배였다'고 믿을 수 있게 기업이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쇠는 두들길수록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아베의 아부정도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전방위적 실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아베가 경제로 시작해서 이 지역의 군사‧안보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우리도 경제와 군사‧안보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기자 : 황재옥 민화협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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