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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日 경제보복 엮어 양승태 '사법농단' 옹호…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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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22일자 신문 모니터 결과 발표

"일부 언론, 박근혜정권·사법농단 옹호 프레임 짜기 심혈"

"강제동원 판결 지연이 '사법농단' 지탄받은 핵심 이유는 '밀실 야합'"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노컷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의 직권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지 하루만 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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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의 2012년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은 물론 일본 정부의 외교적 무례가 선을 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등 일부 언론이 박근혜 정권과 전임 양승태 대법관의 '사법농단'을 옹호하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 22일 신문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고 "박근혜 정권과 전임 양승태 대법관의 '사법농단'을 옹호하기 위해 프레임 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앞선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 '일본 경제보복 보도로 친일역사에 한 획을 더한 조선일보'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정부와 밀실합의로 강제징용 재상고심을 지연한 '사법 농단'을 '의견 교환'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들 언론이 '사법농단'을 옹호하는 듯한 보도를 하게 된 발단을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난 2일 SNS에 적은 글이라고 짚었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SNS에 올린 글에서 "양승태 코트(법정)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지금의 대표적 사법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대법원장 등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라며 "가장 피해야 할 것이 감정적 민족주의 선동이고, 답은 이미 수많은 전문가가 내놓은 바 있다"라고 적었다.

이어 강 부장판사는 "삼권분립상 사법부 판단을 한국 정부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 라는 대응 방식은 대외적 외교 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라며 "사법부도 한 나라의 국가 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승태 코트 시절 그 같은 고려를 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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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종민 기자/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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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이 공개된 이후 △조선일보 '만물상/청구권과 '사법 농단''(7월 5일)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징용 배상 판결이 '뇌관'이었다…최근 한일관계 갈등은 모두 법원발"'(7월 15일) △조선일보 '청와대는 차라리 죽창가만 불러라'(7월 17일) △조선일보 '"강제징용 보상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서 결론낸 사안'(7월 17일) △동아일보 '"미, 한일관계 악화에 위기의식 높아져"'(7월 18일) △한국경제 '"복잡한 외교·안보 사안 법원, 정부의견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이 상식"'(7월 10일) △한국경제 '논점과 관점/우물 안 판검사들'(7월 10일)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사법 자제'로 보는 시각의 기사가 쏟아졌다.

일련의 보도에 대해 민언련은 "조선일보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외교 해결 위해 시간 벌어준 셈', 한국경제 ''적폐청산' 과정서 뒤집힌 징용배상 판단…일 경제보복 도화선 됐다'는 그나마도 반론없이 받아쓰기로 일관했다"라며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남의 말을 빌거나 의견 기사를 통해 양승태 사법농단을 '사법 자제' 프레임으로 포장했다"라고 진단했다.

민언련은 "사법 자제의 원칙이란 행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통치행위'를 사법부가 판결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의 '사법 자제' 프레임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라며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지연을 '사법 농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소위 '사법 자제'가 법관의 양심에 따른 사법적 판단이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밀실 야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강제동원 판결 지연이 '사법 농단'의 결과로 지탄받은 핵심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은 지난 16일 칼럼 ''징용 판결 지연' 잘한 일이라고?'에서 일부 언론의 '사법 자제' 프레임의 보도를 비판했다.

"감정적 민족주의를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2012년 대법원 첫 판결과 현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토론은 필요하다. 다만, 판결 지연을 무슨 대단한 치적이나 되는 양 포장하고 미화하는 일만은 하지 말길 바란다. 재판에 그 긴 시간이 걸린 것만으로도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우리가 누리는 '국익'에도 수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익에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 재판 독립, 헌법 정신 같은 가치들이 들어가야 진정한 나라다. 그런 나라만이 다른 나라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난 존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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