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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홍콩 경찰, ‘백색테러’ 용의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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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포함 20~50대 6명

경찰 석연찮은 대응 비난여론 고조

’백색테러’ 재발 흉흉한 소문

시민사회, 주말 규탄집회 예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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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발생한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백색테러’와 관련해 홍콩 경찰이 용의자 6명을 ‘뒤늦게’ 체포했다. 사건 당시 경찰의 석연찮은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폭력배들의 유착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홍콩 시민사회는 사건 현장인 위안랑 지역에서 주말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기로 했다.

<홍콩 프리 프레스>는 23일 “지난 21일 밤 홍콩 북부 위안랑 역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 6명을 불법 집회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며 “용의자의 연령대는 24~54살이며, 폭력조직 조직원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폭력조직은 삼합회의 일파인 '14K', 'WSW'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22일 저녁 위안랑 인근 지역 가택수색을 통해 이들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직폭력배 외에 노점상과 무직자 등도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석연찮은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위안랑 역 부근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21일 초저녁부터 도심 시위대 쪽에 전달됐다. 이에 따라 시위대 사이에선 위안랑 역에서 내리지 말라는 경고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색테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날 밤 10시30분께부터다. 경찰 쪽도 “밤 10시~12시 위안랑 지역에서 신고 전화가 속출했다”고 확인했다. 쇠막대와 몽둥이로 무장한 약 100~150명의 괴한들은 위안랑 역으로 진입해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괴한들은 지하철 차량 안으로 피신한 시민들까지 쫓아가 뭇매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임산부를 포함해 적어도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 주변에는 피해자들의 핏자국이 낭자했다.

폭력 사태가 계속되던 밤 10시52분께 경찰 2명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원을 요청한 뒤 기다리기만 했을 뿐, 폭력 사태를 막아서지 않았다. 밤 11시20분께야 30여명의 경찰 병력이 추가로 현장에 도착했으며, 이 무렵 폭력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목격자들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흰옷을 입은 괴한들이 무리를 지어 경찰 병력 옆을 지나갔지만, 경찰은 곤봉으로 이들을 위협만 했을 뿐 체포를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 쪽은 “현행범이 아니어서, 흰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론 체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의 늑장 출동과 미온적 대응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괴한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날 자정 무렵 위안랑 인근 남핀와이 지역에서 시민 200여명이 괴한들과 맞섰다. 잠시 대치 상황이 이어진 뒤 괴한들은 2차 테러를 자행했다. 폭력 사태가 재발하자 진압경찰 100여명이 현장으로 급파됐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별다른 제지 없이 괴한들이 흩어지는 걸 지켜봤다. 경찰 쪽은 이들을 체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흉기나 둔기 등으로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경찰 지휘관이 흰옷을 입은 괴한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폭력배 유착설’까지 번지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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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위안랑 일대에선 22일에도 ‘백색테러’가 재연될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홍콩 프리 프레스>는 “폭력 사태가 재발할 것이란 소문에 대부분의 상점이 해가 질 무렵 문을 닫아걸었다. 경찰의 순찰이 강화됐으며, 주민들이 동네를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조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일부 시민들은 21일 밤 사건 현장에서 괴한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눈 영상이 공개된 친중파 입법의원 허쥔야오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콩 시민사회는 다가오는 주말로 예정됐던 도심 반송중 집회를 모두 취소하고, 위안랑 일대에서 백색테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홍콩 프리 프레스>는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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