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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척수 다친 마비환자' 치료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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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경세포 재생 기술을 발표한 울산과학기술원 민경태 교수(좌)와 논문 제1저자인 이소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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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국내 연구진이 열었다. 지금까지는 척수가 손상돼 신경세포가 망가지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지만 이를 바꿀 계기가 마련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민경태 교수(사진)팀은 세포 내 소기관을 연결하는 단백질인 ‘Grp75’가 신경세포를 재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3일 발표했다.

신경세포는 인간의 뇌와 몸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 외부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고, 뇌의 전기신호를 신체 각 부위에 전달해 몸을 움직이게 한다. 신경세포에는 ‘축삭돌기’라는 핵심 부위가 있는데, 이곳이 망가지면 신경세포 전체의 기능이 정지된다. 특히 중추신경계인 뇌나 척수를 이루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사지 또는 하반신 마비와 같은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 몸은 축삭돌기가 손상돼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잃으면 즉각 자구책을 가동한다. 세포 속에 있는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라는 부위가 망가진 축삭돌기로 이동해 치료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에 필요한 에너지를 몸 속에서 모두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 효과는 미미하다.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치면 영구 장애가 오는 이유이다.

연구진은 세포 내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를 연결하는 단백질인 Grp75에 주목했다. 허벅지를 지나는 좌골신경이 손상된 실험용 쥐에 Grp75가 몸에서 많이 나오도록 인위적인 조작을 했더니 신경세포가 재생되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감각과 운동 능력이 최고 80%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Grp75가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두 기관이 서로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민 교수는 “외부 물질을 몸 속에 넣지 않고 세포 자체의 능력을 강화해 신경 재생을 촉진한 방법”이라며 “뇌 손상처럼 중추 신경을 다쳐 회복이 어려운 환자를 치료할 새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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