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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십리대숲`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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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녹음이 짙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산책길을 관람객들이 걷고 있다. [서대현 기자]


울산광역시 중구는 23일 태풍 '다나스'가 지나간 뒤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이날 같은 중구라도 태화강 정원은 딴 세상이었다.

태화강은 최근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우리나라 '2호' 국가정원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방문객들 발길을 사로잡는 '핫스폿'은 바로 십리대숲이다. 벌써 가을의 녹음을 느낄 정도다. 십리대숲 옆 태화강에서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대나무 잎들이 서로 부딪쳐 사각거리는데,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을 쐬면서 녹음 속을 걷다 보면 한여름을 잊게 만든다.

축구장 40여 개 면적(23㎡)에 이르는 십리대숲 사이로는 산책길이 잘 정비돼 있다. 산책길을 따라 빠르게 걷는 사람,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사람, 혼자 사색을 즐기는 사람 등 관람객은 다양한 방법으로 십리대숲의 정취를 만끽했다.

거대한 '자연 정원'인 십리대숲 주변으로는 자연미를 살린 인공 정원이 오밀조밀하게 조성돼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울산시 자료를 보면 태화강 국가정원은 생태, 대나무, 무궁화, 참여, 계절, 물이라는 6개 주제로 만든 크고 작은 정원 29개가 산재돼 있다.

지난 12일 태화강 지방정원이 울산 시민 휴식 공간에서 '국민 정원'인 국가정원으로 승격되면서 울산 관광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울산시는 국가정원 보유 도시라는 브랜드 가치만으로도 과거보다 많은 관광객이 울산을 찾아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를 되살려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시는 울산발전연구원 연구 자료를 근거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생산 유발 2750억원, 부가가치 유발 2757억원, 취업 유발 5800명 등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은 2015년 개장 이래 매년 600만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올해는 '순천 방문의 해'를 맞아 관람객 1000만명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 전남대가 분석한 2017년 경제적 파급 효과는 4116억원이며, 정원 관련 일자리 250여 개가 새로 생겼다. 2017년에는 개장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만 국가정원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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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국가정원은 당장 지금부터 과거와는 다른 대접을 받게 된다. 울산시는 내년부터 매년 국비 30억~40억원을 국가정원 운영·유지비로 지원받는다. 정원 관련 국가 행사도 열린다. 울산시는 국가정원 위상에 걸맞은 정원을 만들기 위해 8~9월께 용역에 착수한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태화강 국가정원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될 전망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당초 하천 옆에 조성돼 국가정원 지정이 힘들었다. 홍수가 발생했을 때 침수될 가능성이 높고, 정원으로 개발될 경우 물 범람도 우려됐다. 이에 울산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첨단 '홍수재해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무엇보다 2016년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했을 때 당시 공원이었던 십리대숲 주변이 물에 잠겼는데 10일 만에 복구한 것이 이번 국가정원 선정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울산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국가정원 지정을 두고 환영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환경단체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시는 국가정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좋은 점만 강조했다"며 국가정원 지정 이후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울산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가정원 지정으로 인해 태화강 십리대숲 일원이 유료화돼 자유로운 이용이 제한되고, 국가정원 주변에 주차난과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휴게실과 편의시설 확대에 따른 생태 환경 훼손, 정원 관리를 위한 비료와 농약 살포 등에 따른 태화강 수질 오염 가능성도 제기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하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국내 최초의 수변 생태정원"이라면서 "국가정원 위상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하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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