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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일본 수출규제 철회 한 목소리에 '나홀로' 정부비판 엇박자 이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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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한 가운데 유독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만이 엇박자 행보를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을 제외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공식 제출했다. 의견서는 일본이 지난 1일 고시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고시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경제5단체는 의견서에서 “일본 정부가 양국 간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이유로 관리령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사전에 정부간 의사소통과 협의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이와 달리 ‘나홀로’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외교적 문제’에서 나온 만큼 경제위기로 치닫지 않으려면 맞대응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전경련이 주최한 ‘한일관계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 나선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동성의 위기로 금융과 외환의 정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의 약화와 겹치면서 복합적인 위기로 이어져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낸 윤 전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경제적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국의 핵심 산업은 여전히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일본과 국력 차이가 나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한국 기업에 피해가 생기면 우리도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달리 맞보복으로는 기업들의 피해만 키우고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얼마전 전경련 세미나에 참석했던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양국 정상이 만나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은 이날도 “지난 4월 전경련에서 개최한 한·일관계 진단 세미나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 오래 전부터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정부 책임을 재차 따져 물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이처럼 정부와 엇박자로 나가는 것이 ‘전경련 패싱(배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국내 대기업 30곳과 경제단체 4곳을 초청했지만 전경련은 제외했다.

전경련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행사를 비롯해 굵직한 해외순방 일정에 동참하지 못했다. 전경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에서 정경유착의 통로로 지목되면서 1961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고 삼성과 현대·기아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단체나 기업중 전경련만큼 일본과의 대화 채널을 갖고 있는 곳은 드물다”면서 “오늘 일본에 경제단체들이 공동으로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얘기는 사전에 전해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일본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지금 전경련이 정부 책임론만을 앞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정부 탓만을 하는 전경련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왜 전경련이 패싱될 수 밖에 없는 지 전경련 스스로 자문할 필요도 있다”면서 “지금은 서로의 입장 차를 떠나 국익을 생각해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전경련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 사진제공: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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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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