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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문화가 있는 골목길…수원의 핫플레이스 ‘앨리웨이 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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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익선동, 연남동, 가로수길, 홍대…. 요즘 도심에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는 골목길이다. 한옥이나 연립주택을 개조한 카페와 수제맥줏집, 액세서리 공방이 좁은 골목길을 걷는 행인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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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널찍한 대로가 많은 대규모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런 골목길의 향취를 느낄 수 없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 숨쉬는 오래된 골목과 거리는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반면 도로가 너무 커 연결성이 없는 신도시는 관광지가 되는 경우가 없다. 대기업 쇼핑몰은 문화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도시에 오래된 골목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만들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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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앨리웨이(Alleyway) 광교’는 말그대로 없는 골목길을 창조했다. ‘우리동네 문화골목’을 표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매일 1만 명 이상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광교호수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중앙공원 양쪽으로 400m에 이르는 골목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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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나 호수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국내 아파트들이 ‘전세대 조망권’을 내세워 장벽처럼 빽빽하게 아파트를 세우고, 일체형 상가를 만드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아름다운 수변 경치를 우리끼리만 즐기겠다는 폐쇄형 건축 대신, 앨리웨이는 아파트 단지를 호수에서 뒤편으로 멀찍이 밀어내고 앞쪽에 인근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광장과 골목길과 같은 오픈 스페이스를 창조했다. 이 골목길은 자녀들의 등하교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러 가는 인근 주민들의 숏컷(지름길)으로 활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공간이 됐다.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사찰음식의 대가인 정관스님(백양사 천진암 주지)이 요리 클래스를 진행하는 ‘두수고방’과 텃밭, 장독대를 만난다. 또한 서울 성수동 유명 빵집인 ‘밀도’, 전국청년농업인연합과 직거래하는 야채가게 ‘다곳’, 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동네책방 ‘책발전소’,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체험할 수 있는 스튜디오 ‘크리타’, 식물원과 갤러리, 팝업스토어 등 골목길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개성 있는 100여 개의 작은 상점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점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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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광장에는 세계적인 모던아트 작가 ‘카우스’의 초대형 예술품인 ‘클린 슬레이트’가 서 있고, 곳곳에 그래피티, 팝아트 작품이 그려져 있어 인증샷의 명소가 되고 있다. 또한 5m가 넘는 장대 위에서 고난도 퍼포먼스를 펼치는 호주 공연예술단체 ‘스트레인지 프룻’의 초청 공연과 가수들의 버스킹이 펼쳐지기도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신도시에는 미세먼지와 비, 더위와 추위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실내 쇼핑몰 건축이 대세였다. 그러나 쇼핑몰은 자동차를 타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폐쇄공간인 반면, 골목길은 오픈 스페이스로서의 매력이 상당하다. 인사동 쌈지길은 중앙광장을 비워두고 4층짜리 건물을 계단 없이 경사진 길을 비스듬히 올라가며 다양한 공방과 가게를 구경할 수 있도록 세상에 없던 골목길을 만들어낸 바 있다.

앨리웨이를 기획한 네오밸류의 건축사 송옥자 전무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햇빛과 바람, 비를 맞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경치를 즐기고, 사람들을 만난다”며 “쇼핑몰 대신 골목길을 만드는 것은 승부수이기도 하고, 모험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야외공간에 자연스럽게 몰려들어 즐거운 행위를 경험하면서 점점 골목이 가지는 힘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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