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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지원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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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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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3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2차 수사 결과를 내놨다. 6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사람만 34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상 과실 치사상이라는 무거운 혐의가 적용됐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뿐 아니라 원료 업체의 잘못까지 밝혀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2016년 1차 수사가 철저히 이뤄지지 못해 더 큰 마음의 고통을 받았을 피해자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수사 결과를 보면, 국민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윤에만 눈이 먼 기업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 기업은 원료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을 허투루 하고 보고서까지 위조하며 일사천리로 완제품을 출시했다고 한다. 이들의 잘못을 감시해야 할 공무원이 뒷돈을 받고 공무상 기밀을 누설해 증거인멸을 돕는가 하면, 국회의원 보좌관은 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겼다. 국민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방조한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할 것이다.

두차례에 걸친 수사에도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와 외국인 임직원, 제품 허가를 내준 정부부처 책임에 대한 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크게 아쉽다. 국내에서 철수한 외국계 기업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은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미진한 부분을 철저히 조사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특검을 요청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본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더 힘든 과제는 피해자 판정과 지원, 배상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한 피해자만 6400여명에 사망자는 1400여명에 이르지만, 온갖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아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피해자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좁고 까다롭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가습기 살균제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 정부가 규정한 피해 질환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한다.

피해자 인정에 걸리는 시간도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한다. 사참위 조사 결과를 보면 1차 피해자 접수 때 피해 인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83일이고 4차 때는 526일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피해범위 산정 기준이나 배상 문제를 서둘러 현실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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