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던 李총리, 최근엔 "더 무거운 짐 생각할 겨를없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일본 문제 해결에 의욕..."상대국 외교에 겸손해야" 장관들 질책성 발언도
내년 총선 앞두고 李총리 출마 여부에 관심
여권 관계자 "일본 사태 후 정부 내 '李역할론' 커져... 총선 출마 카드도 죽지는 않아"

이낙연 국무총리의 내년 '총선 역할론'과 관련,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권 내에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관건은 이 총리가 직접 서울 종로 등 지역구 선거에 출마할 지 여부다.

조선일보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여권 인사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통할하는 그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면서 '총선 불출마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내년 총선이 8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여전히 그의 출마 카드는 살아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당초 이 총리에 대해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거나, 민주당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누비는 카드 등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서 이 총리가 '직접 출마'를 선택할지 여부와 관련해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 내부에서 최근 "이 총리가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관리하는 역할이 더 시급하다"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일본 수출 규제 사태로 인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통'인 그의 역할이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신문 기자를 할 때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의원 시절에도 한일의원연맹에서 오래 활동했다.

이 총리 스스로 표명해온 총선 관련 메시지가 미세하게 변하고 있지 않으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리는 그간 '총선 역할론'에 대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총리의 짐도 무겁다"는 식으로 그 '강도'가 약해졌다.

이 총리는 주로 해외 순방 때 기자단과 편한 만남을 가지는 기회에서 자신의 출마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답해왔다.

이 총리는 지난 5월 8일 에콰도르 키토에서 순방 동행 기자단에게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 거기서 뭔가 (총선 관련)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총리는 "현직 총리가 (총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 총리는 두 달 뒤인 지난 1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 위치한 영원무역 공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방글라데시 국토부 장관이 "저는 장관 되기 전에 사업가였고 지금은 공직에 있지만 마음 속은 기업인"이라고 말하자, 이 총리는 "저도 지금(행정부)의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 '이 총리가 지역구 출마에 소극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21일 카타르 도하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얘기로 바뀌었다. 이 총리는 "정부, 여당의 구성원인 건 틀림없으니 (총선에서)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뭘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총리의 짐도 무거워서 더 무거운 짐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도 말했다. 공교롭게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터진 시점에서 총선 관련 메시지가 다소 바뀐 것이다. 이 총리는 2017년 5월 31일 취임해 이날까지 784일(2년 2개월)째 재임 중이며, 3개월 더 총리직에 있으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전임 최장수 총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김황식 전 총리(880일)다.

그러나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아직 총선이 8개월이나 남았다"며 "이 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이 부르면 언제든 총선 출마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든 누구든 지금 시점에서 총선 출마 카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도 했다.

정부 관계자도 "총리는 스스로 출마 내지 불출마를 미리 언급하거나 관련된 뜻을 내비쳐 (정치권 등에) 영향을 미치려 할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 운영 상황과 대통령의 뜻을 두루 살펴 이 총리가 (총선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공개할 내용은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호남 출신으로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 여부에 따라서 총선에서 여당의 영향력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총리의 출마 여부는 오는 8~9월쯤 있을 장관들 개각 때 사실상 방향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그 이후에 날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이 총리는 최근 일본 사태 해결에 의욕을 내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22일 아시아 4국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계 장관으로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이어 이 총리는 2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방글라데시·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타르를 공식방문할 당시 청취한 의견들을 소개하며 장관들에게 "상대국에서 제안하면 빨리 답을 줘야 한다", "(개발도상국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질책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글라데시·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타르 등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2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덕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