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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주지사 ‘막말 채팅’ 파문… 푸에르토리코, 대규모 퇴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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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째 수십만 시민 거리로 나와 / 허리케인 부실 대처·부패 등 겹쳐 / 시위대, 주지사 사퇴 때까지 투쟁

적나라한 막말과 혐오 발언 전적이 폭로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의 ‘채팅 스캔들’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연일 주지사 사퇴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폭로 열흘째 열린 시위는 푸에르토리코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자연재해 등에 대한 정부의 잇따른 부실한 대처와 재정 위기, 관료 부패 등으로 동요하던 민심에 막말 채팅이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서는 22일(현지시간) 수십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산후안의 라스아메리카스 고속도로를 메운 시위대는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흔들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거나 때로 춤까지 추면서 “주지사 퇴진”을 외쳤다. 가수 리키 마틴과 대디 양키 등 푸에르토리코 출신 스타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세계일보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리키 마틴(트럭 위)이 22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 참석해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주지사의 ‘막말 채팅’ 폭로 열흘째인 이날 푸에르토리코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산후안=AP연합뉴스


이 같은 대형시위를 부른 집단적 분노는 지난 13일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가 로세요 주지사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로세요 주지사가 주정부 내 최측근 11명과 주고받은 889쪽 분량의 메시지에는 여성, 자연재해 피해자 등을 혐오 및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 부르고, 2017년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 희생자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전직 주지사의 아들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로세요 주지사가 쌓아 올린 ‘40세의 젊고 건실한 정치인’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이번 막말 채팅 이전에도 주정부를 향해 쌓여 온 시민들의 불만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 자치주는 파산보호 신청으로까지 이어진 재정 위기와 허리케인 마리아의 상흔, 전직 교육장관 인사 등의 비리 혐의까지 총체적 난국인 상태다.

채팅 폭로 이후 주지사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에는 침묵해 시위대의 분노를 키웠다. 시위대는 주지사가 사퇴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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