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튬 오염으로 수돗물 음용 금지' SNS로 급속히 유포…시민들 불안에 떨어
한 시민단체 보고서가 가짜뉴스 촉발…원자력안전 전문가들 "전혀 문제 없어"
프랑스 남부의 한 원자력 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파리에서 수돗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유포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파리 검찰은 인스턴트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자신을 파리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여성이 사람들에게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니 마시지 말라고 말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확산하자 이를 가짜뉴스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는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의도로 가짜 정보를 생산·배포·확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4만5천유로(6천만원 상당)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주에 처음 등장한 이 녹음파일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고, 보건당국이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다면서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소문으로 비화했다.
이에 수도권 일대 병원과 보건소에도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 출신 유학생들과 교포들도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공유하며 불안해하기도 했다.
'방사능 수돗물' 가짜뉴스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지난 주말 수도권 일드프랑스 상수도국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돗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방사능 수돗물' 가짜뉴스 소동은 한 원자력안전 관련 시민단체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서부방사능통제협회(ACRO)라는 이름의 한 프랑스 시민단체는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의 수돗물의 트라이튬 검출량을 공개했다. 트라이튬은 수소의 인공 방사성동위원소로 '삼중수소'라고도 불리는 방사성 물질이다.
이 단체는 프랑스 전역에서 총 640만명이 프랑스의 원전에서 흘러나온 트라이튬이 포함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유럽의 트라이튬 최대 기준치인 ℓ당 100베크렐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파리 상수도관리국도 관할 지역의 평균 트라이튬 함유량이 리터당 9 베크렐 수준이라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트라이튬의 최대 허용치는 ℓ당 1만 베크렐이다.
ACRO의 다비드 부알레 대표는 그러나 낮은 수준의 트라이튬 오염은 다른 불특정 방사성 물질의 존재를 가리키는 표지일 수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활성화하고자 보고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수돗물은 전적으로 안전하다며 ACRO의 주장을 일축했다.
프랑스국립원자력안전연구소(IRSN)의 장미셸 보네 박사는 AFP통신에 낮은 농도의 트라이튬은 건강상 문제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리터당 트라이튬이 1만 베커렐 들어간 물을 1년간 매일 2ℓ를 마시더라도 파리-도쿄 구간 항공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고 한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