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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홍콩은 들썩이는데…마카오 행정장관 ‘친중파 단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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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얏셍 전 주석 ‘94.5% 추천’…중 반환 뒤 4번째 단독 후보

카지노 등 주요 산업, 본토인에 의존…‘일국양제’ 반감 적어

경향신문

다음달 25일 진행되는 제5대 마카오 행정장관 투표가 친중파 단독 후보 선거로 치러지게 됐다.

23일 마카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위원 400명을 대상으로 한 행정장관 후보 추천을 마감했다. 선관위가 결과를 따로 집계할 필요가 없었다. 호얏셍(賀一誠·62·사진) 입법회 전 주석이 전날 전체 위원 94.5%인 378명의 추천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최소 66명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가 될 수 있는데 호 후보가 ‘싹쓸이 추천’을 받으면서 다른 후보는 나오지 못하게 됐다. 마카오가 16세기 포르투갈에 점령됐다가 1999년 12월 중국에 반환된 후 4번째 단독 후보 선거다. 호 후보는 “경쟁자는 없지만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마카오 행정장관은 선관위원들이 후보 추천과 투표를 하는 간접선거다. 호 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5년 임기의 행정장관에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 후보는 대표적 친중파다. 전·현직 행정장관들이 미국 등에서 대학을 다닌 것과 달리 중국 본토에서 수학했다. 2000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2001년부터는 전인대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마카오는 홍콩과 달리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와 중국화에 대한 반감이 적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과 달리 친중파 후보의 나홀로 선거와 당선, 중임이 이어졌다. 호 후보는 후보 추천 기간 중 400여개 단체를 만났지만 반대 단체와 접촉하지 않았다. 애만일보에 따르면 호 후보는 “마카오에 수천개의 사회단체가 있는데 15일간 어떻게 다 만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마카오는 홍콩과 62㎞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정치문화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홍콩은 매년 노동절(5월1일)과 중국회귀기념일(7월1일)에 민주화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마카오에서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한 번도 없었다.

중국과 밀착된 경제·사회구조, 낮은 사회적 동원력 등이 홍콩과 다르다. 마카오 경제는 카지노와 관광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절반 정도가 카지노산업에서 창출되고, 카지노 고객의 60~70%는 중국 본토인이다. 본토와 홍콩에서 금지된 카지노산업은 마카오가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애만일보는 마카오에서 일국양제 반감이 적은 이유로 “단일화된 산업 구조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 수가 적고 시민사회 발전이 더디다”는 점을 들었다. 주요 대학, 언론, 병원, 은행이 정부의 소유 혹은 관리하에 있다. 교수, 기자, 공무원, 의사 등 정부 비판 목소리를 내야 할 전문직들이 정부의 피고용인이 됐다는 것이다. 입법회 의원 33석도 친중파인 건제파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마카오를 일국양제의 성공 사례로 내세운다. 지난 3월 양회에서 궈웨이민(郭衛民) 정협 대변인은 “올해 회귀 20주년인 마카오는 일국양제가 전면적으로 관철되고 성과를 냈다”면서 “사회 안전, 경제 발전, 다원화 문화 등 훌륭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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