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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홍콩 시민 떨게한 야밤의 '백색테러'…親中경찰 배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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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지하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100여 명의 남성들이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한 ‘백색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의 배후에 친중 세력이 포함된 홍콩 경찰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백색테러는 지난 21일 오후 11시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흰 상의로 옷을 맞춰 입은 남성 100여 명이 위안랑 역사에 난입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5명은 크게 다쳤고, 한명은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21일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 옷을 입은 100여 명의 남성들이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는 늑장 대응과 안이한 대처를 이유로 경찰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홍콩 경찰과 흰 옷을 입은 남성들이 서로 격려하는 대화 장면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온라인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흰 옷을 입은 한 남성이 경찰 지휘관에게 "쇼핑몰에 시위대가 모여있어 골치가 아프다"며 "경찰이 이들을 쫓아낼 수 없다면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경찰은 흰 옷을 입은 남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맙다. 모두의 도움 덕분에 힘들지 않다"며 "걱정하지 말아라"고 답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늑장 대응을 한 것도 시민들의 의심을 산 요인이다. 사건 당일 경찰은 수백동의 신고전화를 받았지만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지 35분 뒤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서 위안랑 역 인근에서 흰 옷을 입은 남성을 발견하고서도 체포하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사건 다음 날인 22일 현장 동영상과 지역 전과자들의 기록을 살펴본 뒤 사건에 가담한 용의자 6명을 체포했다. 용의자 중 일부는 홍콩 조직폭력조직인 ‘허성허(和勝和)’ 출신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배후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범민주 진영의 에디 추 의원은 "폭력배들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할 때 경찰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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