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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제2의 스티브 유 없게 … 반칙·특권 없는 공정병역 실현 최선”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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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수 병무청장 / 병역미필 재외동포 비자발급 제한 강화 / ‘국적 바꿔 병역회피’ 막을 입법도 추진 / 사회적 관심 큰 계층 별도로 병적 관리 / 연예인·운동선수 등 3만여명 모니터링 / 가수 승리 ‘버닝썬 수사’ 여전히 진행 중 / ‘도피성 입대’ 오해 없게 입영일 정할 것

세계일보

“제2의 스티브 유(유승준)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강화하고,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 병역’ 달성에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취임 2주년 이튿날인 지난 18일 세계일보와 서울 영등포구 병무연수원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진 기찬수 병무청장은 공정한 병역 문화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기 청장은 “병역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신성한 의무라는 게 절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라며 “병역을 불법 혹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회피하려는 행동은 국민 모두에 대한 배신이나 마찬가지인데, 병무청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 청장은 ‘버닝썬 사태’에 연루돼 한 차례 입영을 연기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의 입영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입영통지를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도피성 입대’라는 오해를 부를 소지를 없애겠다는 입장이었다. 기 청장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출신으로 35년의 군 복무 생활을 마친 뒤 민간기업에서도 7년 동안 경험을 쌓았다. 군의 원칙과 민간 부문의 효율성을 고루 경험한 덕분인지 병무행정에서도 원칙 속의 효율적인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다음은 기 청장과의 일문일답.

세계일보

기찬수 병무청장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병무연수원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스티브 유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 국적 변경을 통한 병력회피를 원천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최근 대법원은 스티브 유, 유승준씨의 비자 발급 거부는 위법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의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2017년 있었던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파기환송이므로 아직 소송절차는 남아 있다. 공정 병역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병무청은 앞으로 유씨의 사례와 같은 국적 변경을 통한 병력회피를 방지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것이며, 관련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5월1일부터 재외동포법 개정을 통해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을 변경한 사람의 재외동포체류자격은 제한하고 있다. 종전엔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변경자에 대해 37세까지 재외동포 체류자격인 F-4 비자 발급을 제한했는데, 개정 후에는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국적변경자에 대해 40세까지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것이다. 국민 정서를 반영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최근 여기에 더해 45세까지 비자 발급을 제한하자는 법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횡령·성매매 등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의 입영에 대해서도 여론이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달 3월 신청한 입영 연기기한이 지난달 중순 만료됐는데, 그에 대한 입영일자 재통지는 언제쯤 되나.

“입영 연기는 병역의무자 본인이 하지만 입영일자 통지는 병무청장이 관련 규정에 따라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입영을 하게 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 도피성 입영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고, 입영 후에도 군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다 보면 정상적인 군 복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수사상황을 보면서 입영 일자를 결정할 것이다. 군 입영이 범죄 혐의자의 도피처로 변질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만큼 앞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에 대해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병무청 직권으로 의무자의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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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유와는 다르지만, 선천적 복수국적자들도 소송을 제기했던 사례가 있다. 2005년 병역의무를 강화한 국적법 시행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이 한인 2세 남성에게 혜택이 아니라 18세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해외 한인 차세대를 자산으로 보지 않고 군대 회피자로 있다고 주장한다.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혜택이다. 각각의 국민으로 혜택이 있다. 병역의 의무를 해소하고 복수국적을 갖느냐, 아니냐에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선천적 복수국적을 가진 남성은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국적이탈을 해야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다. 국적이탈 기회를 놓치면 병역의무를 해소할 때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연예인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고소득자 자녀의 병역이행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계층에 대해서는 병무청도 별도로 병적을 관리한다. 현재 기준으로 관리하는 인원이 3만5000명 정도 된다. 공직자·고소득자 본인과 자녀, 체육선수, 연예인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고의로 체중을 불린다든지, 질병을 위장해 병역을 면탈하려 한 것에 대해 형사조치한 사례도 있다.”

―일반인의 병역면탈 시도도 줄지 않고 있다.

“2012년 특별사법경찰 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속 건수 자체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면탈 시도를 몇건이나 했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최소한 적발하는 건은 늘고 있다. 2017년이 59건, 지난해가 69건이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42건을 적발했다. 2017년 도입한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활용한 과학수사를 통해 다양한 기법으로 색출할 수 있다.”

세계일보

―병역을 이행하다 보면 경력이나 학업이 단절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는 병역 회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책이 있나.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취업맞춤특기병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공·자격이 없는 고졸 이하 청년들이 입영 전에 국가가 제공하는 기술훈련을 받고, 입영한 뒤에는 해당 분야 기술병으로 군 복무를 한다. 전역 후에는 취업 등 안정적인 사회진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1847명이 이 제도로 군 복무를 마쳤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998명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모집인원과 분야를 올해는 더 확대했다. 아울러 장병들의 학업과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병역과 진로를 연계해 복무 중에도 개인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입영 전 병역진로 설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병역의무자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일부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우선 올해부터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가 산업기능요원에 편입할 때 우선순위를 준다. 모집병에 지원하면 가산점 4점을 부여한다. 입영 기간도 본인의 희망시기를 반영한다.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복무 중 겸직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경제적 약자의 경우 아르바이트와 같은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고졸 이하로 학력 제한이 걸린 취업맞춤특기병의 경우도 대학졸업예정자까지 자격을 확대한다. 중증질환자 등 신체적 약자는 병무청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서류만 제출해도 병역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종교적 이유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뜨겁다.

“대체복무제도가 올해 12월31일까지 해결이 안 되면 병역법 5조1항이 효력을 상실한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역종을 분류할 수 없고 입영통지서를 낼 수가 없다는 얘기다.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국방부에서도 진행하고 있고, 병무청도 열심히 뛰고 있다.”

―대체복무제 외에도 공을 들이는 업무가 있다면.

“당면 현안이 적지 않다. 체육·예술요원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답을 내야 한다. 병역판정 검사와 입영신청 검사도 통합할 것이다. 군 복무 기간 청년들의 경력 공백을 줄이고, 전역 후 사회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사업들도 올해 중 정리하려 한다. 국방개혁 2.0과 관련한 미래의 병역제도에 대해서도 병무청에서 발전 계획을 만들고 있다.”

―병무청장에겐 지인들의 병역 민원도 많지 않나.

“제법 있다. (병역 민원을 일절 수용하지 않아) 제가 6개월에 1명 정도는 친한 사람을 잃는 것 같다. 취임 2년이 됐으니 사이가 곤란해진 분이 네댓 명은 있다는 얘기다. 과거 모시던 분과 가까운 지인들의 경우 ‘(자제가) 병무청장인데 그 정도도 못 하냐’고 이야기하는데,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려면 법을 어겨야 한다. 직원들도 그런 민원을 받을 수 있는데, 법을 어기지 말라고 강조한다. 요즘은 병무행정이 대부분 공개되기 때문에 민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소회가 있다면.

“17일이 2주년이었다. 전날 실·국장들이 2주년이라고 미역국을 사줬다. 35년 군 생활을 하다 민간기업에서 7년 정도 일을 했다. 병무청장을 해보니 민간기업을 거치지 않고 군 생활만 했었다면 청장 업무가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속에서 명령에 죽고 살고, 명예를 위해 사는 집단인데 민간기업은 이익창출을 위한 집단이다. 성격이 완전 다르다. 민간기업 근무경험이 병무행정 처리에 있어서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었지 않나 싶다.”

대담=박종현 외교안보부장

정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기찬수 병무청장은… ●경남 김해(1954년) ●육군3사관학교(13기, 예비역 육군 소장) ●성균관대 경영학 학사 ●성균관대 행정학 석사 ●국군기무사령부 1처장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 ●㈜대명에너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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