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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러 군용기, 사상 초유 한국 영공 침범…청와대, 강력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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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공 2차례 걸쳐 7분간/ 中·러機 4대도 KADIZ 진입/ 합참 “전투기 출격… 경고 사격”/

세계일보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연합뉴스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오전 동해 독도 영공을 침범해 우리 공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 사격을 했다고 군이 밝혔다.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당시 중국 군용기도 사전 통지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 러시아 군용기와 함께 기동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러시아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 영공 침범을 부인하며 적반하장 식으로 반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아침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KADIZ에 진입했고 이 중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국 군용기는 H-6 폭격기였고 러시아 군용기는 TU-95 폭격기 2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은 러시아 A-5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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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로 불려온 러 대사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오른쪽)가 23일 오후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오전 중국·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뒤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침범,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가했다. 이재문 기자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4분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로 최초 진입해 오전 8시20분까지 이어도 동방,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울릉도·독도에서 이탈과 재진입을 반복하다 오전 8시33분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이어 오전 8시40분쯤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중·러 군용기 4대가 다 같이 KADIZ에 재진입했다 오전 9시4분 울릉도 남방에서 KADIZ를 벗어났다. 중·러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 관계자는 “중·러가 합동훈련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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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군용기 4대와 별개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이날 오전 9시9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차단기동과 함께 러시아 군용기 쪽으로 기총과 플레어로 경고사격을 하는 등 전술조치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 A-50은 오전 9시12분 독도 영공을 벗어났으나 9시33분부터 37분까지 4분 동안 다시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총 두 차례 침범해 7분간 머문 것이다. 외국 군용기에 우리 공군이 경고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일본 자위대 군용기도 긴급 발진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을 지키기 위해 설정한 것이지만, 영공은 우리의 영토인 만큼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파트루셰프에게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연방안보회의(FSC)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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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서울 도렴동 청사로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불러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앞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도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현지시간) 자국 군용기가 동해를 비행하는 동안 타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정우·박수찬·김예진 기자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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