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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총장에게 듣는다]배덕효 세종대 총장 "5년 전부터 AI 선제 대응...이공계 중심대학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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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효 세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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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준비를 5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AI가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 다른 대학에 앞서 대응했습니다.”

서울 광진구 세종대 본관에서 만난 배덕효 세종대 총장은 AI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라고 결론 낸 뒤 꾸준히 정책을 추진하고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고 밝혔다.

배 총장은 “600억원을 투자한 '대양AI센터'가 3월 완공됐다”며 “대양AI센터는 소프트웨어 실습, 연구실 등 13층으로 된 AI 연구 시설로 핵심은 AI, 바이오 분야 3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세종대 교수진과 함께 활발한 산학 연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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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효 세종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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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총장은 모든 학생이 코딩, AI 등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세종대 전교생은 코딩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배 총장은 AI와 학생의 전공과목이 융합될 때 무한한 잠재력을 갖는다고 했다.

배 총장은 “이공계가 아닌 학생이 코딩을 배우면 오히려 훨씬 다양한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 미술 분야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는 극히 일부”라며 “이른바 1등이 아닌 학생들도 AI와 융합하면 새로운 직업군이나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W는 이공계가 아닌 학생에게 진로에 관한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종대가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자리 잡은 배경은.

▲예전에는 세종대하면 '무용과'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요즘은 공대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세종대는 공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세종대는 일찍부터 AI에 중점을 뒀다. 2017년 AI와 인간의 한글번역 대회를 국내 최초로 개최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대회 다음으로 세기의 대결을 성공적으로 주최한 것이다. 또 세계 스타크래프트 AI 대회를 매년 8월에 열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국내 최고 AI-빅데이터연구센터와 모바일 가상현실 연구센터도 있다.

세종대는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해 4개 소프트웨어 전공학과(컴퓨터공학과, 정보보호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와 2개 융합전공학부(지능기전공학부, 창의소프트학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초과정을 운영 중이다.

다양한 이공계 취업 특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SJ Jobs 프로그램, 이공계 취업준비전략 특강, 성동구청과 세종대가 함께하는 자동차산업 취업토크콘서트 등이 있다. 그 결과 세종대 공대 취업률이 70.1%를 기록했다.

무용, 미술 등 이공계가 아닌 전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모든 학생이 SW과목을 이수하게 하는 것도 비(非)이공계 대학의 성장 잠재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다.

예술분야를 예로 들겠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인재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 이 학생들이 SW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공연을 보면 배우도 중요하지만 무대 조명 등 예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세종대 대학순위가 급상승했다. 그 비결은.

▲대학 경쟁력이 높아진 주요 요인은 학연, 지연, 혈연 상관없이 실력 있는 교수를 공정하게 뽑은 것이다. 1990년대 만해도 외국 학위가 없으면 교수 임용이 어려웠다. 세종대는 국내 박사를 제일 먼저 뽑은 대학이다. 이렇게 들어온 실력 좋은 교수가 우수한 연구성과를 쏟아냈다. 세종대는 논문의 질로 평가하는 2019 라이덴평가에서 2년 연속 일반 대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다른 평가(THE, QS)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교수연구 업적평가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좋은 교수진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실력 있는 학생이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나머지 한 축은 글로벌화다. 세종대 외국인 학생이 2200명 정도 된다. 석·박사 외국인 학생이 많다. 세종대는 다른 대학보다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뛰어난 연구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도 세종대나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유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 그 나라의 교수나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됐다고 연락 올 때 보람을 느낀다.

-학생 창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창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사회 곳곳에서 들린다. 학생 때 창업 경험을 쌓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경험이 꼭 창업으로 반드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창업을 경험하지 않고 기업에 취직한 학생과 창업을 접한 뒤 기업에 들어간 학생은 산업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그래서 창업에 대한 경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학생의 생각, 타인은 비웃을 수 있는 도전도 수용하는 곳이다. 학생이니깐 실수 할 수 있다. 또 실수하고 틀려보고 좌절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장한다. 세종대는 학생이 창업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돕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강의를 듣다가 창밖에 나는 새를 보면서 본인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대학이 할 일은 학생의 날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실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세종대는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학생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이 겁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을 품어주고 지지할 것이다.

-세종대 코딩교육을 설명해 달라.

▲세종대는 예비 대학을 만들어 입학하기 전에 이미 코딩 교육을 시킨다. 학생은 입학한 이후 전공에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코딩 교육을 배워야 한다. 인문계, 이공계 모두 6학점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덕분에 최근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한 여학생이 아마존에 연봉 2억원을 받고 취업했다. 원래 이 학생은 인문계 출신이었지만 교차 지원으로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했다. 세종대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다녀온 이후 세종대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코딩을 공부했다. 이어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작년 8월에 아마존 코딩 전문가로 입사했다.

그 학생은 세종대에서 받은 SW 교육이 최고라고 이야기하며 코딩을 공부한 덕분에 아마존에 취업했다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종대는 미래 세대에 꼭 필요한 SW 교육을 학과와 전공에 맞게 차별화해 필요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1971년에는 약 105만명이 태어났지만 2019년도에는 30만명 정도가 태어날 예정이다. 이처럼 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올해 태어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년 뒤에는 대학 정원의 70%가 줄어든다.

학생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통해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경쟁력 있고 세계적인 대학 랭킹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학과 뒤늦게 출발한 후발 대학과 함께 똑같은 비율로 정원을 감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경제 논리에 맞춰 학생이 선택한다면 자연히 경쟁력이 뒤처지는 대학은 도태된다. 이런 대학에는 기술교육이나 평생학습 등으로 전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대학의 무분별한 폐쇄보다도 해외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기술교육, 평생교육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교육 장소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세종대 인재상은.

▲학생에게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교생이 한 학기 이상 꼭 지역사회나 국가에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봉사활동을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세종대는 봉사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 전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학생은 자기만이 아니라 남을 위해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세종대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융합 교육에 중점을 둔다. 융·복합 학과를 많이 개설 중이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는 기존에 예체능대학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소속이다. 만화애니메이션과 학생은 소프트웨어와 창의성, 융·복합 과목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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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효 세종대 총장.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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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으로서 목표는

▲구성원이 가진 것을 고마워하고 서로 부족해도 안아줄 수 있는 분위기의 대학을 만들고 싶다. 논문 몇 편 이상, 대학 랭킹이 몇 위안에 들어가야 된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다. '왜 이것밖에 못해'가 아니라 옆 사람과 같이 가는 협력하는 분위기의 대학을 만들고 싶다. 동료가 부족해도, 친구가 다소 모자라도 함께 껴안고 같이 나아갈 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

○배덕효 세종대 총장은…

1983년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건설환경공학과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건설환경공학과 학과장, 기획처장, 대학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국토교통부 중앙하천관리위원, 서울특별시 건설기술심의위원, 한국수자원학회 학술부회장, 한국기후변화학회 부회장 겸 학술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에너지 환경분과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우수연구선과 50선,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우수연구성과 100선, 국가연구개발성과평가 국무총리표창 등을 받는 등 건설 환경 분야에서 연구 업적을 올렸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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