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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재활용 하는데..." 진로에만 엄격한 환경단체의 부적절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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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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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이 천편일률적인 초록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깔로 변하고 있다. 옛 감성을 입히고 부드러운 굴곡을 더해 제품 특색을 나타내 소비자 눈길을 끌기 위한 의도다. 소비자들은 맛과 함께 새로운 소주병에 각광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빈 병 공동이용 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소주 원조 브랜드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眞露)를 출시했다. 초록색 병 대신 투명한 하늘색 병을 사용해 소비자 눈길을 사로 잡았다. '뉴트로(New+Retro) 트렌드'를 반영해 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소주 진로를 재해석해 당시에 사용된 라벨과 투명병으로 선보인 제품으로 72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넘어서며 주목받고 있다.

경남·부산·울산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무학도 지난해 1월 소주 '좋은데이 1929'를 출시했다. 가볍게 술을 즐기려는 젊은 소비자층 입맛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다. 기존 '좋은데이 1929'에 분홍색을 더하고 병목 상표에 얼굴 형태의 아이콘을 더한 '러브 에디션' 한정 생산하기도 했다. 부산 소주 업체 대선주조도 기존 초록색 소주병 대신 투명한 병을 선택한 '고급소주'를 지난달 출시했다.

투명한 병 소주로는 제주도 '한라산' 소주가 이미 출시돼 제주 여행객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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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순한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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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이러한 소주 투명병 사용이 빈 병 공동이용 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소주병과 크기와 색깔이 달라지면서 재활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표준화된 용기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진로의 새 제품은 표준 규격이 아니다보니 제품 수거 박스나 생산라인 사이즈에도 안 맞고, 색깔과 크기가 달라서 공동 이용도 어렵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이러한 비난은 도를 넘어선 특정기업 비판으로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진로' 출시 이전과 이후에도 투명병을 채택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 됐지만 아무런 언급 조차 없다가 진로가 인기를 끌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시점도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공용병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자원 재사용을 통한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환경단체들이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투명병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는 재사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기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는 점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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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 좋은데이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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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내 소주업체들은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소주병 공용화에 나섰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녹색병을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맞춰 재사용 과정에서 타사의 빈병을 수거해 보내주는 수고를 덜어 비용을 절감하고 재사용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협약이고 법적 책임이 뒤따르는 강제성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소주브랜드는 비용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차원 혹은 제품의 특생을 잘 나타내기 위해 다른 용기에 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다.

맥주병도 같은 시기에 공용화 협약을 맺었지만 맥주병 '표준용기'는 하이트, 맥스, 오비만 사용했고 카스는 1994년 출시 당시부터 병목이 긴 다른 디자인의 병을 사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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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카스 후레쉬 병,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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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출시된 롯데의 클라우드도 표준용기도 아니며 카스와도 다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이후 출시 각 사별 용기도 대부분 다른 디자인으로 선보였으나 모두 문제없이 재사용해오고 있다. 각 사별 빈병을 수거해 타사의 병을 따로 모아 보내주고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명병 소주가 다수 출시되고 맥주는 각기 다른 용기를 사용해왔으나 환경단체의 지적은 없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에만 유독 엄격한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진로의 경우 신제품 출시 효과를 입고 출시 72일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했지만 월평균 3억병에 육박하는 전체 소주의 판매량에 비교했을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진로의 판매량은 한라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진로 용기는 기존 표준용기와 동일한 재사용 체계를 갖춰 재사용하고 있음에도 마치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단체의 주장은 합리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있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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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주류시장의 트랜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일소주, 탄산주, 발포주는 소비자들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기업들은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병디자인도 환경정책에 반하지 않은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제품 종류만큼 차별적 디자인의 주류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류산업 발전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환경단체들의 근거없는 비판은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금번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공병 재사용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진로는 공병 재사용을 더욱 철저히 이행할 것이며 환경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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