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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책은 상비약… 고통 속 살아갈 힘 줘” [뉴스 인사이드 - 셀프힐링 ‘독서치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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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독서치료사 활동’ 소설가 김현

세계일보

“책은 상비약과 같습니다. 해결된 것 같던 문제들이 다시 괴롭히기 시작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으면 어느새 아픈 마음은 가라앉게 될 것입니다.”

소설가이자 독서치료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64·여·사진) 작가는 2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책은 ‘치유’의 힘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책은 의학적인 ‘치료’는 할 수 없다”며 “비록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치료는 할 수 없지만 치유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설명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많은 예술치료 중에서도 특히 독서치료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김 작가는 강조했다. 실제로 독서치료는 그림책이나 영상을 통해 글자를 모르는 이들을 대상으로도 활발히 진행된다. 그는 “책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책은 마음 깊이 잠재해있던 기억들을 끌어올리는 마중물과 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 역시 가정사로 힘든 일을 겪었지만 독서치료를 통해 굳게 잠긴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됐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김 작가는 이후 11년째 학교, 사회복지관, 소년원, 도서관 등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독서치료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함께 책을 읽은 뒤 유년시절을 상기하고, 죽음을 상상하는 등 생애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이들은 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함께 웃고 울며 고통의 지점들을 통과한다. 김 작가는 “일대일로 진행되는 많은 심리상담과는 달리 독서치료는 책을 매개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개인의 기억과 아픔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스스로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한국의 독서치료는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도 정신건강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 왔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독서치료의 대중화를 위해 최근 ‘나만 아픈 게 아니었어’라는 책을 펴냈다.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이들의 사례를 성장의 아픔, 부모와 자녀, 가족, 부모의 이혼, 우울, 자아 찾기, 용서, 죽음 등 20개의 키워드로 나눠 정리한 책이다. 이론서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독서치료의 효과를 풀어낸 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간됐다.

“독서치료는 값도 싸고 맛도 좋은 국밥을 떠올리게 합니다. 책 한 권은 커피 두 잔 값밖에 안 되지만 지금도 어느 후미진 그늘에서 마음의 상처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을 그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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