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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취재파일]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 수출규제까지…세계 무역환경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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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 수출규제 속 신음하는 한국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글로벌 무역분쟁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의 타격이 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됩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8.5% 감소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무역기구의 보고서에서 아세안과 우리나라의 실질 GDP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겁니다.

이번에 전해진 WTO의 조사보고서는 지난 4월 발간된 '글로벌 무역분쟁의 잠재적 경제효과(POTENTIAL ECONOMIC EFFECTS OF A GLOBAL TRADE CONFLICT)'. 이 보고서는 WTO 세계무역모델을 써서 올해 글로벌 무역분쟁이 벌어지게 되는 경우, 무역과 실질소득, GDP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글로벌 무역분쟁'이란 글로벌 무역 협력이 아주 나빠지고, 각국은 수입관세 부과와 보복관세 부과에 나서는 등 최악의 비협조적 관세부과 시나리오를 가정했습니다. 이는 WTO 회원국간 관세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WTO 허용치를 초과하는 관세를 책정하는 등의 행위를 가정하는 것인데요, 추산 결과는 이랬습니다. 2022년에 글로벌 GDP가 1.96%, 글로벌 무역(수출액)은 17%, 실질소득은 2.25% 감소할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아세안과 한국의 피해가 컸습니다. 아세안의 실질 GDP가 4.12% 감소해 가장 감소 폭이 컸고, 이어 한국의 실질 GDP가 3.3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뒤를 이은 겁니다. 그나마 감소 폭이 큰 축에 든 나라에는 캐나다(-3.32%), 중국(-3.14%)이 있었고, 미국(-2.18%)과 일본(-1.97%), 유럽자유무역연합(EFTA·-1.96%) 등 주요국 대부분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두 주인공인 미국이 2022년 55.80%, 중국은 35.70% 줄어드는 등 타격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일본(-29.19%), 캐나다(-25.02%), 한국(-23.38%) 순으로 타격이 컸습니다.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아세안의 실질소득이 6.62% 줄어들어 가장 타격이 컸고, 캐나다(-6.00%), EFTA(-5.66%), 한국(-5.58%), 멕시코(-5.38%)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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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협회가 설명한 충돌의 배경…WTO와 미국, 그리고 중국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 안에서 실제로 상당수 국가의 관세가 낮아졌고, 그로 인해 글로벌 통상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런데 왜 세계 곳곳에서 무역 분쟁이 빈발하고, WTO가 유명무실하다는 등의 비판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무역협회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국제 무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10여년의 협상을 거쳐 탄생한 WTO는 출범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체제가 약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입지가 강해진 개도국들이 선진국 그룹과 마찰을 빚으면서 회원국 중심의 ‘합의(consensus)’에 기초한 의사결정방식이 무력화되기 시작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2001년 시작된 다자 중심의 도하개발어젠다(DDA : 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이 표류하면서 양자 중심의 지역무역협정이 확산돼 WTO의 입지는 더욱 약화됐습니다.

더구나 WTO 가입과 함께 시장경제로 전환할 것으로 믿었던 비시장경제 국가들이 여전히 자신의 체제를 유지한 채 경제발전을 지속한 것도 WTO가 비판받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국 같은 나라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나라의 보조금, 국영기업 등 비시장경제적 관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WTO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의 칼끝은 중국을 향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자 통상체제의 주축이었던 미국이 이제는 WTO를 무력화하고 있는 모습인 겁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역사가 있다고 무역협회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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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은 이른바 ‘세계 1위 수성’에 대단히 열을 올리는 나라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 일본의 경제패권 도전에 직면하자 미국은 무차별한 보호무역조치와 환율 압박으로 상당히 강력하게 반응했고, 그 결과 일본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통상정책은 ‘경쟁적 자유화’로 선회하여 NAFTA 등 지역무역협정 체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한편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세계적 호황을 견인하며 부상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를 일본과 같은 도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미국이 대테러 대응과 전쟁 등 안보 이슈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에서 미국 및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한 상품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구조로 인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은 늘어만 갔습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에서야 본격화됐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Pivot to Asia’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이후 미국은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협상을 주도하고 2015년에는 중국산 수입품을 더욱 강력히 규제하기 위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절차법을 강화했습니다.

이후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는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잘못된 통상정책이 투자 감소, 무역수지 적자 확대,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생각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범부처 차원뿐 아니라 의회 내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거의 협상이 깨지는 듯한 수준까지 갔다가 곧 재협상 시작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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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의 변화가 불러온 무역 협상 테이블의 변화…우리는 어떻게?

이처럼 현재 글로벌 통상 상황은 브렉시트 같은 각국의 보호주의 제도가 굉장히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자간 협상 보다는 양자 협상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사전에 만들어진 다자간 협상의 결과가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다시 개별 국가 협상을 진행하려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의 특성이 변화면서 발생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입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산업 특성의 변화가 세계 분업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예전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물품 제조 쪽으로,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등이 전 세계에 확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가 형성된 나라들을 따라 제조공장들이 많이 설립된 것을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구조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제품에서 차지하는 인건비가 굉장히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더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해외에 공장을 짓고 제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입니다. 과거는 미국이라는 소비지와 중국이라는 생산지가 나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는 겁니다. 되레 소비지로 생산기지를 가져오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되는 겁니다.

특히 일자리 문제 등까지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초기부터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내 공장을 종용한 배경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무역마찰은 필연적인 것이었고, 빨리 끝날 문제가 아닌 장기적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 마찰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입니다. 일정수준의 합의가 타결되더라도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계획경제도 국가자본주의도 아닌 독특한 경제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경제 시스템 때문에 미국과의 마찰은 필연적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협회는 미중 갈등은 이제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취급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같은 국지적 변수까지 세계 통상 환경에 험로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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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요? 단기적으로는 단기 통상전략의 목표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각종 수입규제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평소 통상 리스크를 예방한다고 협회는 밝혔습니다. 점점 더 정교해지는 수입규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내 전문역량 제고와 사전 대응체제 수립이 시급한 과제라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일본 수출 규제에서도 ‘소재 국산화 필요성’ 같은 것을 배운 것처럼 통상 리스크 완화와 분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생각입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실천이 부족했던 시장 다변화와 제품 고도화가 가장 관건입니다. 이 과제는 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전반적인 산업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는 과정에서는 향후 글로벌 수요의 변동과 미중 분쟁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를 잘 예측해야 한다는 조언도 협회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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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차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통상전략 수립이 중요하지만 후방에서도 특히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무역협회 등 무역 유관기관의 통상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생각입니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나갈 때 해당 국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조차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이런 정보를 평소부터 모아 관리하고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협회는 자체 연구역량은 물론 국제법, 회계, 관세 분야의 전문가 풀을 갖춘 싱크탱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 기업에게 최신 통상정보의 가공 및 제공, 기업 차원의 통상전략 수립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자국 중심주의 속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세계 무역 환경, 이 안에서 세계 6위의 수출국인 우리나라는 그리고 우리 기업은 어떤 미래를 그려 나가야 할까요. 다양한 변수와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드시 한 가지 주목해야할 것은 이제 이 문제를 그저 한 기업의 혹은 한 산업의 문제만으로 둘 수는 없다는 사실일 겁니다.

(사진 제공=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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