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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8·8 섬의 날’이 진정한 ‘섬의 부활’ 신호탄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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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두번째 섬 사진전 여는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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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 동안 ‘보길도 시인’에서 섬순례자로, 섬연구자이자 섬활동가로 그를 수식하는 명칭들은 계속 바뀌어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끊임없이 전국의 섬을 걷고 있는 ‘섬나그네’이다.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이 5년 만에 다시 뭍으로 올라온다. 오는 31일부터 새달 6일까지 <제1회 섬의 날 기념 강제윤 섬 사진전시회-당신에게 섬>을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 봄 같은 장소에서 열었던 첫번째 개인전 <섬나라, 한국>과 2017년 봄 통영시의 레지던시 추방 사건 때 했던 <몸 누일 방 한칸 마련을 위한 페북 사진전-다시 일어 ‘섬'>에 이은 세번째이니 이젠 ‘섬사진가’로 불릴 만하다.

지난 17일 전시 준비를 위해 모처럼 상경한 강 소장이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왔다. “섬의 날은 조선시대 공도정책으로 잊혀졌던 섬들이 600년 만에 공식적으로 부활하는 신호탄입니다.”

첫번째 ‘섬의 날’ 기념해 5년만에 나들이
31일부터 인사동 ‘당신에게 섬’ 개막
20여년 발로 찍어온 ‘섬의 일상’ 50장


4년 전부터 섬연구소 꾸려 ‘정책’ 개발
한때 추방됐던 동피랑 레지던시 ‘복귀’
통영~목포 잇는 ‘섬문화 지킴이’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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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사이 그와 섬을 둘러싼 환경은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우선 이번 전시 제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1회 섬의 날 기념’이다. 지난 2016년 전라남도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 주도로 발의된 ‘섬의 날’은 지난해 2월 제정된 데 이어 오는 8월 8일 첫 국가기념일을 앞두고 있다. ‘8월 8일’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8=∞)을 닮았다는 상징성과 함께 기억하기 쉽고 휴가철이어서 섬 관광 활성화에 적합하다는 이유 등으로 공모를 통해 정한 날짜다.

“이제라도 ‘섬의 날’이 생긴 건 환영할 일이죠. 하지만 목포에서 열리는 공식 기념식말고는 범국민적인 행사가 없어 안타까워요. 더구나 8월은 섬에서 가장 바쁜 철이어서, 8일 기념식에 정작 섬주민들은 참석하기가 어렵다고들 해요. 나라도 섬의 날을 뭍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사진전을 준비했지요.”

첫번째 전시 때는 ‘섬의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을 주로 골랐다면, 이번에 치열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희망인 섬의 생태와 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 50여점을 선보인다. 하의도, 금오도, 소리도, 가거도, 여서도, 보길도, 반월도, 욕지도, 연화도, 미륵도, 홍성 죽도, 백령도, 차귀도, 마라도, 울릉도 등 동서남해의 대표적인 섬들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다.

“2017~18년 <한겨레> ‘ESC’에 연재해서 인기를 모았던 ‘섬에서 맛난 밥상’처럼 섬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토속음식들 사진들도 몇장 뽑았어요. 단순히 눈요기용이 아니라 섬의 미래가치를 살려낼 수 있는 ‘레시피’로 제안하고자 해요.”

지난해 채록작업을 맡아 ‘전라남도 섬 토속음식 레시피’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던 그는 <전라도 섬맛 기행>(21세기 북스) 책도 새달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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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년 전 첫 전시회 인터뷰 때 약속한대로, 사단법인 섬연구소를 꾸려 본격적인 섬정책 대안을 찾고 제시하는 활동을 해왔다. 섬연구소는 2016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침체에 빠진 진도 섬 살리기를 위해 <한겨레>와 함께 ‘관매도 희망 투어’를 진행했고, 대명그룹에 팔릴 뻔 했던 관매도 초등학교의 폐교도 지켜냈다. 백령도의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살리기, 도로공사로 사라질 위기였던 300년 된 완도의 여서도 돌담 지키기 등에도 앞장섰다. 2018년에는 국가 섬 정책 컨트롤타워 설립을 위해 행안부, 진선미 의원실 등과 함께 국회에서 처음으로 ‘섬포럼’을 열었다. 이번 사진전도 섬연구소에서 주최한다. 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으로 9년째 매월 1회 진행해온 섬기행은 연인원 3000여명을 넘어섰다.

그런 와중에 뜻밖의 수난과 반전도 겪었다. 5년 넘게 정착했던 통영 동피랑의 ‘예술인 레시던시’에서 그는 2017년 돌연 계약 해지됐다. <통영의 맛있다>를 펴내며 통영의 문화를 글과 사진으로 소개했던 그였지만, 윤이상 선생 생가터 지키기와 통영시의 강제 철거에 맞서 국가무형문화재 추용호 장인 공방 지키기 운동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사실상 ‘강제 추방’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페북 사진전을 통해 페친과 지인들의 후원 덕분에 전라남도가 추진중인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의 시발지인 목포에 새 둥지를 찾았어요. ‘청년 한량’ 친구들과 좋은 인연도 맺었지요.”

그는 목포의 원도심에 버려지다시피했던 낡은 여관 건물 ‘우진장'을 남도와 다도해에서 삶의 길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제공해 ‘괜찮아 마을’로 변신시켰다. 2~3년새 공유 거주공간인 ‘괜찮은 집',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대안학교인 ‘괜찮은 학교', 실패 연습소인 ‘괜찮은 공장' 등 청년 공동체운동의 기지로 날로 진화하고 있다. 통영시에서도 지난해 동피랑 레지던시 재계약을 제안해 그는 통영과 목포,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섬 문화의 다리’ 노릇도 하게 됐다.

‘당신에게 섬’을 묻는 그에게 ‘섬’은 과연 무엇일까? 전시 서문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누구도 바다를 떠나 살 수 없다. 잊고 살지만 우리는 모두가 섬사람들이다. 대양 위에서 누구는 큰 섬에 살고 누구는 작은 섬에 살 뿐이다. 섬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개방성과 열린 사고를 되찾기 위한 최적의 사유 공간이다. 섬은 분명 이 시대의 정신을 비옥하게 만드는 소중한 토양이 될 것이다. 오랜 세월 외면 받고 소외되었던 섬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31일 오후 6시 갤러리 나우 오프닝. (02)725-2930.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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