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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뉴욕을 춤추게 한 한국계 미국인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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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예지, 오늘 서울서 첫 단독 공연

조선일보

/프라이빗커브


옅은 속 쌍꺼풀에 동그랗고 앳된 얼굴의 그가 헤드폰을 끼고 무대에 오르면 미국 뉴욕의 핫하다는 클럽에서 떼창이 시작된다. 한국어 노래다. 방탄소년단(BTS)이 아니다. 일렉트로닉 하우스 음악을 만드는 한국계 미국인 DJ 예지(26·사진).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지만 한국어로 가사를 쓰는 데뷔 3년 차 신예다. 외국인들은 뜻을 알지 못하고 발음도 웅얼대면서 들리는 대로 예지의 노래를 따라 한다. 그는 "한국어에는 질감이 느껴지고 시적인 발음이 매력적이다"라며 "처음엔 아무도 모르는 언어라고 생각해 가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따라 부르는 걸 보면 신기하다"고 했다.

2016년 미국 피츠버그의 한 파티에서 자작곡을 선보인 그는 안개가 낀 듯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2017년 첫 앨범 발매 땐 우리나라보다 영국 BBC와 음악 전문지 피치포크가 먼저 알아봤다. BBC는 그를 '2018년 기대되는 신예'로 꼽았고 피치포크는 그의 노래를 '베스트 신곡'으로 추천했다.

예지가 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연다. 이메일로 만난 그는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들까지 다 보러 온다고 했다"며 "한국말로 관객이랑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처음이라 아주 떨린다"고 했다.

예지의 가사엔 반복되는 한국어 구절이 자주 등장한다. 애플 광고에 쓰여 유명해진 그의 2집 수록곡 '원 모어(ONE MORE)'에서는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 한 번만 더/고통스런 과거 과거를 다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라는 읊조리는 가사가 귀에 맴돈다. 한국어 가사를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언어는 소통의 도구라기보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어는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언어"라고 했다.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애틀랜타 등 미국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자랐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그를 위해 아홉 살 때 한국으로 온 가족이 이사했다. 애틀랜타에서는 동양인이란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고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외톨이였다.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 카네기멜런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언제나 홀로 지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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