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아 출신 글렌 모리 감독, 세계 16곳 돌며 다큐멘터리 제작
"피붙이를 찾으려 애쓰는 것은 자기 정보 상실한 공통점 때문" 100번째 인터뷰 자기가 직접 해
"아주 중요하고 방대한 기록입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죠. 고아원에서 '함께' 살았던 입양아들이 이젠 전시장에서 '나란히'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31일 전시장인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홀에서 프로젝트 제작자 글렌 모리(59) 감독을 만났다. 그 역시 한인 출신 입양아다. 1960년 생후 6개월 만에 미국 콜로라도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계속 살았다. "아주 사적인 기획이기도 합니다. 제가 100번째 인터뷰 대상자예요."
‘사이드 바이 사이드’ 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린 서울 롯데호텔에서 인터뷰 중인 글렌 모리 감독. /오종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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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IKAA 행사에 참여해 세계 각국의 한인 출신 입양아들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2013년 여름부터 아내 줄리 모리 감독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 인터뷰 대상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500여 명이 먼저 연락해왔다. "내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다는 욕구를 많은 사람이 갖고 있었습니다. 부모, 배우자, 자식 등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마음속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하기 시작했죠."
2018년 5월, 한 시간 분량의 인터뷰 100편을 '사이드 바이 사이드'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들의 삶을 오롯이 재현하기 위해 편집은 최소화했다. 이후 원본을 활용해 다양한 작업물을 내놨다. 영상 설치 미술로 재가공된 이번 전시는 네 번째 변주다. 서울에서 첫 전시를 열고, 오는 9월 미국 뉴욕 워터폴 갤러리에서 5주간 전시한다.
모리 감독은 "입양아들에게선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와 무관하게 묘한 일관성이 보인다"고 했다. 수백 명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에겐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었다는 감각이 있어요. 내가 이 세상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지요. 예컨대 비입양인들은 어머니한테 '내가 너 낳으려고 12시간이나 고생했어' 같은 말을 듣고 자랍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말을 들을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버려졌는지 알려고 집착해요. 피붙이를 찾으려 애쓰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의 한국 이름은 '김강'이다. 그는 이 이름을 영어 이름 옆에 꼭 함께 적는다. "제 원래 이름이 뭔지 몰라요. 고아원에서 지어준 이름이거든요. 하지만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제 역사를 알려주는 이름이기 때문에 좋아요. 제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저와 비슷한 사람들 이야기를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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