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보험성' 금리인하
보유자산 축소도 두달 앞당겨 조기 종료키로
통화 긴축에서 통화 완화로 기조 대전환 시사
파월의 '원샷' 시사 발언에…뉴욕증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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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내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10년7월 만이다. 또 일종의 양적긴축(QT) 정책인 대차대조표(보유자산) 축소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폭이 0.25%포인트에 그친 데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예고도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금리인하에도 불구,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배경이다.
◇10명 중 2명 금리인하 반대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종전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날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FOMC 위원 중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금리인하에 반대한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연준이 종전 통화긴축에서 통화완화로 기조 변환을 확인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앞서 연준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으며,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등 지금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해왔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사진 오른쪽) 연준 의장 FOMC 회의 종료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0.25%포인트라는 금리인하 폭보다는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중립을 거쳐 완화로 옮겨오는 과정을 밟아왔다는 게 중요하다”며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선언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을 위한 글로벌 전개 상황에 대한 ‘함의’에 비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는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력한 노동시장 여건, 대칭적인 2% 목표 주변에서의 인플레이션 등이 가장 유력한 결과로 보인다는 위원회의 견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또 “가계 지출은 증가세를 보이지만 기업투자는 약해지고(soft)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 종료도 앞당겼다. 9월말로 예정됐던 걸 8월 중 종료키로 한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만기 도래하는 국채와 정부기관채 중 일정액에 대해 재투자를 중단해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하는 것으로, ‘양적완화(QE)’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이 정책을 펴왔으며 올해 들어 ‘관망·인내’ 기조로 돌아선 후 지난 3월 이 정책을 오는 9월 종료하기로 했다. 즉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긴축정책’과 금리인하라는 ‘완화정책’을 동시에 펴는 상충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게 연준의 생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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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원샷’ 발언에 실망
문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하는 명확하게 보험적 성격”이라고 했다. 향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시장에서 바랐던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추가 금리인하 여부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과 위험에 달렸다”고 했다. 더 나아가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는 ‘중간 사이클’(mid-cycle)의 조정”이라며 “장기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통화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향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도 약 2%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가 우려하는 건 글로벌 경제”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폭적인 금리인하 압박에 대해서도 파월 의장은 “우린 절대로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개의치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선 “금리인하가 ‘원샷’에 그칠 것”으로 해석이 지배했다. 결과적으로 증시에 찬물을 퍼부은 격이 된 것이다. 이날 장중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는 350포인트(1.25%) 급락하며 2만7000선을 내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20포인트(0.65%) 하락한 3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0포인트(0.60%) 내린 8200선에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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