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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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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키즈 유튜브 ‘간니닌니’ 맘 고은주씨 “유튜브는 ‘로또’ 아닌 아이들 미래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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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유튜버 꿈꾼다면…‘간니닌니 다이어리’ 운영 고은주씨의 조언

경향신문

두 딸과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상으로 3억8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키즈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닌니(김리흔양)와 엄마 고은주씨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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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뛰어노는 것만 하면 돼

촬영·편집 등은 모두 부모의 몫

가족 소통 늘고 아이 성격 적극적

‘B급 콘텐츠’로 보던 인식 바뀌어


“아이들 유튜브는 부모님이 99퍼센트 몫을 할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해야 돼요.” 1세대 키즈 유튜브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를 운영하는 고은주씨(45)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TV보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고,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꼽히는 시대에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부모들의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됐다. CJ ENM 애니메이션 마케팅사업국장을 지낸 콘텐츠 전문가이자 키즈 유튜버를 자녀로 둔 고씨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유튜브 세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안내서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21세기북스)를 펴냈다.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고씨의 큰딸 가흔양(13)과 막내딸 리흔양(9)이 인형뽑기, 슬라임 놀이를 하거나 숙제를 하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채널이다. 구독자 65만명에 조회수 3억8000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소소하고 자연스러운 영상 때문에 구독자들에게는 ‘청정 채널’로 불린다.

고씨는 “어떻게 보면 심심한 영상인데, 인기를 끌어 놀랐다”며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화려한 영상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들 가족이 유튜브를 시작한 데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암 진단이 계기가 됐다. CF 감독인 남편 김선일씨(48)는 5년 전 갑상선암 선고를 받은 뒤 블로그에 딸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림일기를 영상으로 만든 것이 ‘간니닌니 다이어리’가 됐다.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마치고 일종의 ‘각성’을 했어요. 저나 남편이나 새벽 출근에 새벽 퇴근이 부지기수였거든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그렇게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일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나름 영상 전문가라고 자부하던 부부에게 유튜브는 쉽지 않은 산이었다. 고씨는 “영상을 잘 안다고 시작한 게 오히려 채널 성장을 더디게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튜브에선 ‘기승전결’이란 기존 영상 문법이 안 통할 때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소리만 지르는 영상 조회수가 수백만 건이 넘는데, 남편이 각 잡고 공들여 찍은 영상은 조회수가 너무 안 나오는 거예요. 여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경향신문

‘간니닌니 다이어리’ 주인공 김리흔양과 김가흔양(왼쪽부터). 간니닌니 다이어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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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튜브를 하고 싶어한다’고 털어놓는 부모들을 향한 고씨의 대답은 한결같다. “시켜보세요.” 하지만 단서조항이 만만치 않다. “가족의 변화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얼마든지 해보라는 말씀이에요. 대신 부모님이 모든 걸 할 준비가 돼야 합니다. 이름이 알려진 키즈 채널은 100퍼센트 다 부모가 운영하고 있어요. 촬영은 물론 편집, 채널 운영, 댓글 관리까지 부모의 몫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아이는 유튜브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만 하면 돼요. 잔디를 깔고 돌을 솎아내는 작업은 오롯이 부모가 해야 합니다.”

최근 일부 유튜브 채널이 아이를 등장시킨 자극적인 콘텐츠로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고씨는 “아이를 울리거나 ‘섬네일’에 바퀴벌레를 붙이면 조회수가 늘고 구독자가 늘어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부모라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 잘라 말했다.

“얼마 전 저희도 ‘몰래카메라’ 영상을 하나 올렸어요. 누구를 골탕 먹이는 게 아니라, 제 휴대폰에 큰딸이 몰래 남긴 영상편지를 보고 제가 눈물을 흘리는 내용이었어요. 제목에 ‘영상편지’라고 달 수도 있지만 ‘몰래카메라’라고 달아서 호기심을 유도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요. 하지만 콘텐츠 자체가 아이에게 가학적이어서는 절대 안돼요.”

고씨는 유튜브를 무조건 ‘나쁜 플랫폼’으로만 봐선 안된다고 했다. 그는 “저나 남편이나 유튜브를 ‘B급 콘텐츠’로 보는 인식이 강했다”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아이들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가족 간 소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 유튜브가 뭐냐고 묻는다면 ‘미래비전’이라 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든 하지 않든 부모도 유튜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유튜브 안에 있는데 부모가 유튜브를 모르면 소통거리가 없어요. 또 좋은 콘텐츠, 나쁜 콘텐츠를 구분하는 법을 알려줄 수도 없고요. 디지털 플랫폼은 점점 더 다양해질 텐데 무조건 안된다고만 할 수 없잖아요. 오히려 시청 패턴을 잡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씨는 끝으로 유튜브를 바라보는 언론과 대중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어요. ‘얼마 버세요?’ 아역 배우나 연예인이 출연했을 때 수익을 물어보는 경우는 없잖아요. 서점에도 유튜브로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하는 내용의 책밖에 없어요. 유튜브는 ‘로또’가 아니란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돈이 목적이라면 유튜브를 시작하지 말라고 강력히 말하고 싶어요. 특히 아이들 유튜브는요.”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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