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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자칼럼]체육 교과명, ‘체육’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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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보건복지부가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 5명 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라는 결과가 충격적이다. 체중이 대체로 늘면서 전 연령대에 걸쳐 과체중·비만 비율이 20%를 넘었다. 3~8세 비만율은 12.3%로 이전 2018년 조사와 비슷했지만, 9~17세 비만율은 14.3%로 5년 전(3.4%)보다 4.2배 증가했다.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20분 줄고 앉아 있는 시간은 주당 약 2시간 늘었다. 아동 42.9%는 방과 후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동·청소년에게 매일 60분 이상 ‘보통 혹은 격렬한 강도 신체활동’을 권고하지만 한국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입시 중심 교육, 체육에 소홀한 교육부의 자세, 코로나19로 인한 신체활동 제한, 과도한 스마트폰 몰입, 부모의 과보호 등이 원인이다. 아동 비만은 지방간, 고지혈증 등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해 평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신체활동 부족은 자신감 결여, 사회적 소외감과 우울증을 초래해 심지어 자살까지 부르는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낳는다. 유소년·청소년 신체활동 강화는 미래를 위해 가족, 사회, 국가, 세계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숙제다.

지난 4월 국가교육위원회는 초등 체육교과와 관련해 큰 결정을 내렸다. 초등학교 1~2학년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 과목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해 체육을 단독교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한계성과 비효율성을 드러낸 체육·미술·음악을 합한 ‘통합교육’에 35년 만에 종지부가 찍힌 것이다. 국교위 결정에 앞서 일부 교사단체는 95% 안팎의 교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체육 단독교과 편성에 반대했다. 학생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키자고 하는데 초등학교 교사들이 반대했을 리 없을 것이다. 교육대학교에서 실기 중심으로 체육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고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하지 않은 체육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운동장 또는 체육관에서 학생 관리의 어려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을 의식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앞으로 2~3년 정도 체육교과 구성, 교과서 제작, 체육 담당 교사 및 강사 육성·섭외, 시설 개선 등 효과적인 체육교과 실행을 위해 준비 작업을 한다. 작업의 시작은 교과명 결정이다. 체육을 안전(재난 대피 등), 보건(질병 예방 및 치료 등)과 합해 또 다른 통합교과로 편성하는 것은 체육 단독교과 편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상이다. 안전과 보건은 사후 대책이며 특정 교과와 무관하게 모든 일상에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론 중심의 안전, 질병 중심의 보건이 체육과 함께 묶이면 체육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아동 건강 관리는 미래 사회 건강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아동을 의자에 앉힌 채 안전벨트로 묶어놓는다면 사고는 당하지 않겠지만 비만 등 각종 질환으로 평생 고생할 게 뻔하다. 반대로, 아동을 일으켜 뛰게 만들 때 아동은 건강해지고 위험에 맞서 몸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도 영위할 수 있다.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 교사와 교육공무원이 ‘교육자’답게 오직 학생만 생각하며 좋은 로드맵을 그려주길 바란다.

경향신문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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