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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지역마다 다른 177가지 한국 춤, 전자지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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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순 한국체육대학 교수, 무형문화재 춤 DB작업 나서

"우리 전통 춤이 몇 종류나 되는지 아세요? 177종입니다." 백현순(61) 한국체육대학 생활무용학과 교수가 말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 종목은 진주검무, 승전무, 승무, 처용무, 학연화대합설무, 태평무, 살풀이춤의 7종입니다. 시·도 무형문화재와 이북 5도 무형문화재를 합하면 37종이 되지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 전승되는 무용과 굿·놀이 속에 들어있는 춤을 모두 집계하면 이것 말고도 140종이나 된다는 것이다. 백 교수의 연구팀이 최근 한국 춤을 전수조사하고 발굴한 결과다.

그가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한국체육대학 체육과학연구소는 2017년부터 5년 계획으로 '한국무형문화재 춤 전자문화지도'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기화(움직임 분석)·김지영(무용미학)·유지영(무용사회학) 연구교수 등 무용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과 대전·충남 지역의 연구를 마친 상태다.

조선일보

‘한국무형문화재 춤 전자문화지도’를 개발 중인 백현순 한국체육대학 교수가 연구실에서 한국 전통무용인 덧배기춤을 공연할 때 입는 의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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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연구를 시작했을까. 백 교수는 "전통 춤에 관련된 자료들이 흩어져 있고, 문화재라 해도 지정 당시만의 자료들을 구축하고 있기 일쑤였다"고 했다. "지역별로 어떤 춤이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지 변천사와 전승 계보를 체계적으로 집적할 DB(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꼭 필요했습니다." 춤에서 '전승'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춤은 같은 사람이 춰도 시·공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다른 사람에게 전승될 때는 어떻겠어요? 보통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준다'는 구전심수(口傳心授) 방식이 많거든요. 그 과정에서 변모, 소멸, 재창조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현장 조사를 가도 전승자가 고령이라 시연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동작을 분석하려는 조사단 앞에서 좀처럼 춤사위를 보여주려 하지 않아 설득에 애를 먹는 상황도 없지 않았다. 눈물 겨운 순간도 있었다. 충남 홍성의 수룡동 당제(堂祭·마을의 공동 제사) 조사를 위해 재연을 했는데, 굿 한판을 벌이고 마을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자 '무용을 하는 선생님들이라면 춤 한번 춰 보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조사단이 한국무용을 펼쳐 보이자 모두들 일어나서 함께 덩실덩실 춤을 췄다. "다들 연세 많으신 분들이었어요. 이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이제 누가 당제를 보전할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대구 칠성초등학교 때 한국 춤을 시작한 백 교수는 스승 박은희 명인에게서 박지홍류 수건춤·덧배기춤 등을 배웠고, 대구가톨릭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뒤 창원시립무용단 상임안무가, 한국춤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한국 춤에 대해 "한마디로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없는 춤'"이라고 했다. "협동과 단결을 통해 원초적인 힘을 키워주는 상생(相生)의 춤이지요. 함께 춤을 추면서 액을 없애고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긍정적인 몸짓입니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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