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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경제도발] 강제징용 피해배상 현실화까지 머나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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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the L] 매각절차 장기화·유찰 우려…"정당한 절차 의문 갖는 자체가 일본 시나리오에 발맞춰주는 것" 비판도

    머니투데이


    대법원 판결 이후 징용·근로정신대 피해자 측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의 국내 재산을 압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자산을 압류해 현금화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일본 전범기업 손해배상금 받기 위한 법적 절차,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5월1일, 일제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에 대해 처음으로 강제매각절차가 시작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대법원 확정판결에 근거해 압류했던 일본제철, 후지코시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면서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과 울산지방법원에 각각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9억7400만원 상당)'와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회사의 주식 7만6500주(7억6500만원 상당)'에 대한 매각명령신청을 냈다. 이 주식들은 지난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승소로 올 들어 압류가 이뤄졌다.

    당시 대리인단은 "강제동원 가해 기업을 비롯한 그 어떤 주체로부터의 의사표시도 받은 사실이 없다. 이에 한국 대법원 확정판결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대리인 지원단은 더 이상 현금화 절차를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환가절차(압류한 주식, 특허권 등을 처분해 돈으로 찾는 절차)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절차 진행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법원행정처는 "7월4일 일본제철 관련 주식의 특별현금화명령을 위한 심문서 및 국내송달장소 송달영수인 신고명령의 송달촉탁서를 접수하고 7월8일 이를 발송했으며 현재 위 서류가 아직 일본 기업에 도착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강제매각 절차가 시작되긴 했지만 아직 일본제철이 관련 심문서를 송달(소송법상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소송관계 서류의 내용을 알리기 위해 법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서면을 보내는 것) 받은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문서가 송달된 후 60일 이내 일본제철의 답변이 없으면 법원이 심문 절차 없이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대리인단도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에서 소유한 특허권 6건과 상표건 2건에 대한 매각명령신청서를 대전지법에 접수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피해자 5명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국내 재산 명시신청에 대해 '각하'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서류가 전달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리인단은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지난 4월24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산명시신청을 제출했다. 재산명시신청이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채권자가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다.

    소송에 패소한 피고가 판결에 따른 돈을 지급하지 않고, 채무자의 재산 범위를 모르는 경우 원고는 법원에 피고의 재산을 명시해달라는 신청을 낼 수 있다. 대리인단 측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 등이 이미 압류된 사실이 있으나, 지적재산권 이외의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재산명시신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현금화까지 아직 먼 길…실현 가능성 지적에 "정당한 절차에 의문 갖는 자체가 일본 시나리오에 발맞춰주는 것"

    이처럼 배상 이행을 위한 피해자 측의 움직임은 거세지만 환가를 위한 과정은 순탄치 않다. 법원이 실제로 재산 매각을 결정하기 위해 별도 감정이나 심문 절차를 거치거나, 결정을 일본 기업들에 송달하는 등의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자산이 실제 현금화되기까진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환가를 위한 마지막 절차라고 할 수 있는 경매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참여에 나설 기업 등이 얼마나 많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선 양국이 경제전쟁을 벌일 만큼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경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업은 거의 없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를 갖는 것 자체가 일본 측이 원하는 시나리오에 발을 맞춰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일 간 갈등이 심하다고 해서 경매에 참여하는 기업 등이 없을 거라고 보이진 않는다"면서 "경매 절차는 철저히 시장논리에 의해, 경매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얼만큼이냐로 참여 의사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 청구권에 대해 제3자가 가타부타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 난 부분에 대해선 개인의 청구권이 정상적으로 실행되는 것이 올바른 사법절차"라고 강조했다.

    초유의 상황인 만큼 쉽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일반론에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워낙 특수한 상황이니 경매 절차에 직접 돌입해 봐야만 (경매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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