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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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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예측불허 극장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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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오윤희 특파원




미국 싱어송 라이터인 돌리 파톤과 아카데미 수상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최근 이곳을 다녀갔다. 수퍼모델 신디 크로퍼드와 유명 TV 사회자 데이비드 레터맨, 팝스타 비욘세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hot)하다는 이곳은 어딜까? 뉴욕타임스(NYT)는 "이곳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넷플릭스 사무실 1층 대기실"이라고 전했다. 스타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인다는 이곳은 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영화계의 판도도 바꿔 놓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프로젝트 등을 사고파는 필름 마켓은 예년에 비해 사람들의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 넷플릭스가 영어 콘텐츠뿐 아니라, 남미·유럽 등 각국의 영화와 TV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미리 싹쓸이해 갔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 자체적으로 영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 넷플릭스는 올해 초 스트리밍 업체 가운데 최초로 미국영화협회(MPAA)에도 가입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약진으로 전통적인 영화 업계가 겪을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편하게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영화관의 몰락을 점치기엔 아직은 이르다. 최근 극장 업계가 넷플릭스의 공격에 대응해 대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방식으로 고객 확보 나선 영화관

지난 7월 미국 최대 영화 체인 AMC는 구독 고객 수가 86만명을 넘겼다.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AMC는 작년 6월 '스텁스 A 리스트(Stubs-A-List)'라는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구독료로 월 19.95달러(약 2만3400원)를 내면 구독자들에게 일주일에 3편까지 AMC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에 AMC 앱을 깔면 관람을 원하는 영화를 선택해 상영 시간과 좌석까지 예약할 수 있다.



AMC의 구독 서비스는 사실 경쟁 업체인 넷플릭스가 도입한 혁신적인 서비스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내는 구독자들에게 온라인으로 각종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구독료는 서비스 수준에 따라 월 9~16달러 수준이다. AMC의 구독료는 넷플릭스보다 조금 높긴 하지만, PC나 태블릿이 아닌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영화관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뉴욕 포스트는 "당초 AMC는 서비스 시작 1년 안에 50만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게 목표였지만, 성과는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대형 영화 체인 시네마크도 '무비 클럽(Movie Club)'이라는 비슷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8.99달러를 내는 고객에게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1회 2D영화 관람권을 제공하고, 영화관 내 스낵과 음료를 20% 할인해 주는 서비스다. 회원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동반 관람객에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영화관 체인인 리걸 시네마도 최근 '리걸 언리미티드(Regal Unlimited)'라는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매달 18~23.5달러 구독료를 낸 구독자들에게 리걸 시네마 체인 2D 영화관에서 무제한 영화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뉴욕 포스트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와 관객 유치 싸움을 하고 있는 영화관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바로 '넷플릭스를 닮는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그 시도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성장 곡선 꺾인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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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의 실적에는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 수는 올해 1분기보다 13만명 줄었다.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가입자 수는 270만명이 늘었지만, 이 역시도 넷플릭스가 예상했던 가입자 수(500만명)에는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전 세계 신규 가입자 550만명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따라 2분기 순이익도 2억7070만달러로, 1년 전의 3억8400만달러보다 줄었다. 넷플릭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달 17일 넷플릭스 주가는 전날 대비 12% 넘게 폭락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분석한 실적 악화 요인은 요금 인상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미국을 비롯한 40여 국가에서 요금을 13~18% 수준 올렸다. 2007년 창업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현재 넷플릭스가 처한 상황은 요금 인상에 대한 일시적인 어려움이라고만은 보기 어렵다. 창업 당시 '블루 오션'이었던 스트리밍 산업에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업계가 '레드 오션'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아마존 프라임'이 바짝 뒤를 쫓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와 애플은 올가을부터 각각 자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 '애플 플러스'를 내세워 시장에 진출한다. 워너미디어 소속 HBO는 내년 초 'HBO 맥스'를 공식 출시하고, NBC 유니버설도 2021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넷플릭스, 영화관 인수에 들어가나

위기 상황에 처한 넷플릭스는 오프라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가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극장 가운데 하나인 '이집션 시어터(Egyptian Theatre)'를 '아메리칸 시네마테크'로부터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작년에도 넷플릭스는 미국 27개 도시에 250여개 스크린을 보유한 '랜드마크 시어터(Landmark Theatre)'를 인수하려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핸들러 MKM 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LA타임스에 "넷플릭스가 극장을 인수하면 오스카나 여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여러 영화제 후보로 지명되고 신뢰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영화제 수상이 넷플릭스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스트리밍 업계에서 후발 경쟁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역설적으로 전통적 영화 산업의 방식을 차용하겠다는 의미다.

영국 가디언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현재 영화관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올랐다"면서, "전통적인 영화와 넷플릭스의 싸움은 앞으로도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oyoun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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