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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덩! 따따, 쿵! 따따' 비트로 국악 풀어내는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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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 예술감독 김주홍, 랩처럼 읊으며 전통음악 재창작

신진 국악인 발굴하려 경연 준비 "세련된 전통음악 들려주고 싶어"

'덩! 따따, 쿵! 따따'를 리듬에 맞춰 아주 빠르게 입으로 뱉어낸다. 랩을 하기 좋은 비트박스인 줄 알았는데, 얹힌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니 이랬다.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털어 붓고 나면…." '흥보가'였다. 노름마치의 김주홍(48) 예술감독 겸 대표는 "'덩 덩 쿵따쿵' 같은 우리 장단을 대중과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김주홍과 노름마치'(이하 노름마치)는 1993년 창단한 한국 전통 창작 음악 단체다. 현대인들이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전통 음악을 추구한다. 장구·태평소·징 같은 악기 연주에 소리와 가무를 버무려 '비나리' '소고놀이' 등 정통 무대를 선보이는가 하면, 악기 없이 입소리인 구음장단에 맞춰 소리에서 따온 짧은 가사를 랩처럼 읊어낸다. 해외에서 더 알려진 이 단체는 20여년간 60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공연, '시대를 아우르는 전통 음악'이라는 평을 받는다.

조선일보

경기도 고양 연습실에서 노름마치 김주홍 대표가 왼손에 가야금을 잡고 오른손으로 나발을 들고 있다. 그는 "'놀이를 마치다'라는 뜻의 노름마치는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 은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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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는 다음달 1일 신진 국악인 발굴을 위해 롯데재단과 '제4회 청춘열전 출사표' 경연을 연다. 전통 악기만으로 창작하는 경연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판소리를 전공했고,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악사) 이수자인 김 대표는 "젊은 국악인들이 답답한 현실에 포기하지 않도록 기회의 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신모듬' 공연을 접한 게 시작이었다. "장구 치는 모습을 보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했다"고 했다. 졸업 후 김덕수 명인에게서 3년간 장구를 배웠다. 그는 "저는 '신명'이 강했는데, 장구만 치다 보니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명창 안숙선 선생님과 돌아가신 한승호 선생님께 소리를 배웠다"고 했다.

노름마치를 만든 건 이 무렵이었다. 초기엔 기본기 공연에 충실했다. 재창작을 시작한 건 20년 전쯤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다. "전통 음악엔 기술적인 형식과 어법이 정해져 있어요. 이 틀을 기반으로 나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죠."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는 "강력한 비트와 흥을 폭발시키는 사물놀이 특징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 장구 칠 때 신들린 듯 되뇌었던 구음장단을 소리 내 빠르게 읊어도 보고, 장단을 섞기도 했다. 그는 "굿거리 안에 휘모리 박자를 넣거나 둘을 함께 연주하는 식"이라며 "느리고 출렁이는 굿거리를 빠르고 경쾌한 휘모리처럼 느끼게 하려 했다"고 했다.

그러다 시선이 바다 바깥으로 향했다. 2014년 유럽을 무대로 하는 월드뮤직엑스포(WOMEX) 공식 쇼케이스에 제안서를 보내 당시 한국 팀으로는 유일하게 무대에 섰다. 그러고 나서 모로코와 자메이카·말레이시아 등을 돌며 공연을 했다. "국악에 기계음을 넣거나 서양 악기와 협연을 하면 서구 감독들은 한국의 정체성을 묻습니다. 우리 것으로만 공연하는 노름마치의 소리, 타악, 춤이 이들을 만족시켰던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관객의 감각을 깨워주고 환호할 수 있는 전통 창작 음악을 만드는 게 과제"라고 했다. "국악에 기본을 두고 재미있고 경쾌한 공연을 만드는 연주가, 소리꾼이 되고 싶습니다."





[고양=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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