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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손등에 떨어지던… 北 지하 교인들 눈물 잊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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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 목사

"북한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김일성 독재 왕조도 아닙니다. 그저 질(質) 나쁜 사이비 종교 집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18년간 북한에 550억원어치를 지원했다. 2015년 1월 갑자기 체포돼 2017년 8월 9일까지 949일 동안 독방에 갇혀 있었다. 134번의 독방 주일 예배, 3000끼의 '혼밥'을 보낸 임현수(64)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 목사 이야기다. 임 목사는 최근 북한 지원 사역과 억류 경험을 적은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규장)를 펴냈다.

한국에서 CCC(한국대학생선교회) 간사를 지낸 임 목사는 1990년부터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다. 1990년대부터 북한 돕기 사역을 벌이다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 150번 방북했다. 홍게 잡이, 황주 국수 공장, 대동강 즉석국수(라면) 공장, 고아 1만350명 먹이고 입히기, 이불·안경 80만 개 지원, 영어 교원 1500명 양성 등 18년간 교회를 통해 북한 돕기에 매진했다. 그러나 2015년 북한에 입국했다 갑자기 억류됐다. "김일성 대신 하나님을, 김정일 대신 예수님을 믿고, 당(黨) 대신 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그의 설교가 북한 당국에 노출된 것이 이유. 종신형을 선고받고 2년 7개월 간 독방에 갇혔다.

조선일보

북한을 돕다가 억류돼 2년 넘게 독방 생활을 한 임현수 목사는 “교화소에서 쓴 일기와 메모 등은 모두 빼앗겼지만 다행히 머리글자만 적은 설교 제목 700개는 가지고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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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목사는 "노동교화소는 하나님이 내게 마련해 주신 수도원이었다"고 했다. 물론 막막했다. "종신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고,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하루하루 살아요'라는 찬송가 구절처럼 하루 단위로 살았습니다." 10개월쯤 지나자 북한 당국은 성경을 넣어줬다. "그때처럼 간절하게 성경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영적(靈的)으로 제로, 바닥인 상태였지요. 병원에 입원했던 2개월 동안 한글로 다섯 번, 영어로 한 번 성경을 완독했습니다."

그는 감옥 생활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체득하게 됐다고 했다. "솔직히 18년 동안 '주는 자(者)'였기 때문에 주민들의 비참한 삶은 잘 몰랐죠. 그런데 감옥의 간수들조차 두루마리 화장지도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임 목사가 전하는 북한의 모습은 비참하다. 특히 고아원 풍경이 그렇다. 그는 북한에 고아가 많은 이유를 무너진 성(性) 풍속 때문으로 본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로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심지어 이런 고아를 돌보기 위해 결혼을 포기한 '처녀 엄마'가 영웅 취급 받는다고 한다.

지하 교회와 교인에 대한 묘사도 눈길을 끈다. 북한은 1970년대 초까지는 기독교인을 '박멸'했지만 이후로는 '방관'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파악한 '가정(지하) 교회'만 250~300개에 이른다. 그는 "지하 교인들과 손잡고 예배드릴 때 손등에 떨어지던 뜨거운 눈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사이비 종교 집단 같은 북한이기에 역으로 복음 전파의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북한은 70년 동안 유일신(唯一神) 사상으로 오리엔테이션 된 집단입니다. 수많은 신(神)을 모시는 나라와는 다르죠. 실제로 탈북자들도 '김일성에게 속았다'는 걸 깨달은 분들은 복음을 쉽게 받아들입니다." 임 목사는 그래서 '기도의 힘'을 더욱 강조한다. "제가 억류돼 있을 때 전 세계 크리스천이 보내온 편지가 2000통입니다. 그 편지를 보면서 외롭지 않았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보낼 것 또한 기도입니다."

임 목사는 "문제는 한국 교회가 이런 상황에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이 주실 것입니다. 이때를 위해 한국 교회는 더욱 회개하고 더욱 거룩해져야 합니다. 한국 교회 하나하나가 북한 주민 한 명 한 명을 입양하고 영적인 친척으로 삼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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