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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소녀상 내쫓은 ‘아베의 복심’ 스가 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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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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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형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이 사흘 만에 자취를 감췄다. 트리엔날레 주최 측인 아이치(愛知)현은 우익 세력의 위협을 이유로 들었지만 아베 정부가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보조금 교부 중단을 시사한 바로 다음날 아이치현이 전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장관은 7월 초 수출규제 조치부터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결정, 소녀상 전시 중단에 이르는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강경 조치 전면에서 ‘아베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단순 전달자를 넘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복심으로 꼽힌다. “아베 정부의 미래를 알고 싶거든 스가의 입에 주목하라”는 말이 돌 정도다. 이를 증명하듯 스가 장관은 6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일본 역사상 최장수 관방장관 기록을 새로 썼다.

스가 장관은 아키타(秋田) 현의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일본 정가에서는 보기 드문 ‘흙수저’ 출신이다. 세습 정치인인 아베 총리와 상반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둘은 2000년대 초반 강경 대북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직전 스가 장관이 출마를 망설이던 아베 총리 앞에서 “다시 한 번 정치가 아베 신조를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세 시간가량 열변을 토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늘 “나는 총리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해 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큰 꿈’을 품은 스가 장관이 이번 한일 간 갈등 국면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발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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