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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인터뷰]정동영 "탈당 무기로 공천권 요구⋯재창당 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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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앞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대안정치, 내내 전대 결과 불복하고 반대만… 탈당 무기로 공천권 요구했다"
"탈당 움직임 뒤에 박지원 있는 것 누구나 알아… 명분이 없으면 탈당 멈춰야"
"저들이 당 나가면 평화당이 해방된다는 말도 있어⋯재창당의 길 갈 것"

조선일보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조선일보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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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의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내건 평화당 내 반(反)정동영계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이 12일 탈당 선언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의 사퇴 통첩을 받아든 정 대표는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호남 지역 의원들을 주축으로 창당한 평화당의 분당 열차는 내년 4월 총선을 내다본 호남 야권 세력의 재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분당 사태를 앞둔 정 대표는 11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인터뷰에서 "대안정치의 탈당에는 명분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탈당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말 동안 대안정치 인사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 그들과 통화하면서도 '탈당의 명분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며 "결국 탈당을 무기로 특정 인사의 비례대표 선정권 등 공천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번 분당 사태의 배후에 '원로 중진 정치인'이 있다고 지목했다. 겉으로 보면 유성엽 원내대표가 대안정치를 이끌고 있지만 박지원 의원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박지원 의원 본인은 뒤에 있을 뿐 주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가 조종한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며 "그는 나를 만나 내가 사퇴하지 않으면 (탈당)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건 곧 본인이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박 의원과는 7월 중순에 만났다. 그 자리에서 박 의원은 비례대표 선정권과 공천권을 달라면서, 전남 출신 원로 인사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 인사권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 이를 보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을 원한 것 아니었겠나"라고 했다.

지난해 2월 국민의당에서 갈라져 나와 창당한 평화당은 소속 의원 14명 모두 지역구가 호남이다. 당초에는 호남의 제1야당으로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4·3 전주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는 평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13%포인트 더 득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평화당이 분당하면 호남 패권을 놓고 다시 재편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정 대표는 대안정치 세력이 탈당을 강행하더라도 '마이 웨이'를 가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당이 하나 되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반대파가 탈당하면) 몸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봐야겠다는 투지가 살아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대안정치) 의원들이 빠진 자리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과 함께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정당, 재창당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조선일보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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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대안정치 소속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심정이 어떠신가.

"의원들이 떠난다니 두려움은 있다. 마지막까지 돌아오라고 설득은 하겠지만 기어코 탈당한다면 평화당으로선 차제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1년간 당을 끌고오는 과정에서 내부가 하나되지 못하고 갈라지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당내 이런저런 다른 목소리가 많았는데 몸무게가 가벼워지게 될 것이다."

一전체 의원 14명 중 10명이 탈당하면 타격이 클텐데.

"그동안 한국 정당에는 명망가 문화가 있었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 인사들을 당의 간판으로 세우는 방식이다. 이번에 탈당해서 당을 꾸리려는 분들도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거나 인기 있는 분들을 모아서 신당을 만들려고 한다고 한다. 저는 그 방향이 아니라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봐야겠다는 투지가 살아나는 것도 사실이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 시절이던 2000년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당시 여권 최고 실력자이던 권노갑 전 의원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며 일약 정계 스타로 부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 열린우리당이 해산하면서 현 여권 세력 통합 정당으로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그런 그가 이제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一가보지 못한 길이란.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제도권 정당을 통해) 대표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 300명 국회의원이 있지만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 본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동안 대표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

一대안정치를 이끄는 유성엽 원내대표와 이번주 두 번 만났다는데.

"이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권 투쟁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제3세력 정당을 건설해보자'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에게 나는 비상대책위원회 없는 신당 건설기구를 만들자는 것과 나에 대한 재신임을 전(全)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一결국 정 대표가 당권을 내놓고 물러나라는 것이 대안정치가 요구하는 핵심이란 것인가.

"그렇다. 당권(黨權)은 당원이 부여한 것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70% 가까이가 나를 지지했다. (대안정치에선) 당 지지율을 (낮다고) 말하는데, 2017년 38석이던 국민의당 시절 호남 지지도는 3.5%였는데 지금은 10%가 넘는다. 지난 4·3 전주 시의원 선거도 우리가 민주당을 이겼다. 다같이 노력해서 호남 지지율을 10%에서 20% 이상 올리자는 것이 상식 아닌가. 내가 물러나야 하는 명분을 알려달라니 말을 못 한다. 최근 당 분란 사태의 큰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하는데, 그 분란의 중심과 시작과 끝은 그들이다."

一대안정치가 당권을 갖겠다고 보는 것 같은데 왜 당권을 요구한다고 보나.

"지난달 중순쯤 박지원 의원과 만났다. 박 의원은 내게 '비례대표 선정권과 공천권을 달라. 그러면 전남 출신 원로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그에게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이러한 제안을 내가 받지 않으면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했고 이튿날 바로 대안정치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미뤄보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한 것 아니겠나."

一대안정치를 유성엽 원내대표가 이끌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박지원 의원에게 있다는 것인가.

"본인은 뒤에 있을 뿐 주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다 안다. 박 의원은 나에게 내가 당대표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결국 그 자신이 (대안정치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초선 의원들은 다선 중진 원로인 박 의원에 많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一이번 내홍이 지난해 전당대회 전부터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는데.

"지난해 전당대회 전부터 일부 중진 원로 의원들은 '정동영이 대표가 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고선 '반정동영' 연대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 대안정치에 계신 그분들이다. 1년 내내 전당대회 결과에 불복했다.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를 재추진하는 것도 (사실) '정동영한테 날개가 달린다'고 해서 반대했다. 1년간 지도부에 협조는커녕 흔들기를 계속했다."

一지난해 국민의당에서 나올 때 이른바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 세 사람은 뜻을 같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갈라선 이유도 결국 당권 문제인가.

"내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니 두 사람이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내가 박·천 의원도 전대에 출마해 당원한테 선택을 받자, 그래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원의 지지를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출마하지 않았고, 반대자들은 저를 저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당원의 3분의 2가 나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1년간 날 외면했다. 이번 탈당 선언도 결국 이러한 불복투쟁의 결정판으로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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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9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당내갈등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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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탈당 시한이 하루 남았다. 결국 갈라서는 것인가.

"대안정치 탈당 관련 기사 댓글의 99%가 비난성이었다. 난 그것이 바닥 민심이라고 본다. 탈당은 정치인이 자기 정치 인생을 거는 결단이다. 박수를 받아도 어려운 것이 신당 창당인데, 저렇게 손가락질받고 역풍을 맞는데 솔직히 걱정된다. 난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불안감도 이해한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기왕 나간다면 국민들께 사랑받는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一평화당은 그동안 '김대중(DJ) 정신'을 강조해왔다. DJ 정신은 호남 지역 정통성 경쟁과도 연결되는데.
"DJ 정신은 족보(族譜)가 아닌 행동이자 현장정치다. 이번에 당을 나간다는 의원 대부분, 특히 탈당을 조종하고 선동한 사람들은 다 현장정치를 거부했다. 1년 동안 나와 당 지도부가 현장을 다녀갈 때 대부분 꺼려했다.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도 거부했다. 어떤 분은 지난 2017년 촛불시위를 꺼려한 분도 있었다. 이번에 갈라선다면 이제 서로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난 순도 99% 의 개혁야당의 길을 걷고자 한다. 누구는 그러더라. 저들이 탈당한다니 '평화당이 해방됐다'고."

一대안정치와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과의 통합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바른미래당 사정이라 잘 모르겠다. 그런데 탈당하겠다는 의원 중 일부는 그들과 할 바에는 차라리 나와 손잡고 원점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한다. (최근) 한 의원을 밤늦게 찾아갔다. 결국 만나지 못해 문 앞에 쪽지를 남기고 왔다. '친구따라 강남갈 수는 있어도 탈당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는 내용이었다. 10명이 탈당한다고 그것에 의지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결정하라고 말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노 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후단협(대통령후보단일화협의회)'을 만들 때도 30~40명이 함께 했다. 그런데 그 다음 선거에서 거의 전멸했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一쪽지를 남긴 의원에게서 답이 왔나.

"답이 오긴 왔는데, 내용을 밝힐 순 없다. 그렇지만 후단협의 경우처럼 10명 중 몇명이나 내년 총선에서 생환할까. 스스로 만든 자가살상부란 말도 나온다. 명분이 없다면, 마지막에라도 탈당을 멈춰야 한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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