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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트럼프 절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옥중 사망…비난여론·음모론만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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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10일(현지시간) 숨진 채로 발견된 제프리 엡스타인의 생전 모습. AP통신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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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됐던 제프리 엡스타인이 10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이날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오전 7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로이터통신은 엡스타인이 전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날 발견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주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돼 기소됐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45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미성년자와 성매매는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전날 새로운 혐의와 공범이 추가된 법정서류 수백페이지가 공개되고, 유명 인사 연루설도 새롭게 제기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프레라는 여성은 2016년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으로 최측근인 길레인 맥스웰과 명예훼손 소송에서 2000~2002년 자신이 엡스타인의 ‘성노예’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주프레는 미성년자였다. 그는 엡스타인의 강요로 유명인사들과 성관계를 맺어야만 했다면서 이름을 열거했다.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MIT대 교수를 지낸 인공지능 과학자 고(故) 마빈 민스키 등이다.

엡스타인이 지난달에도 자해를 하다 혼수상태로 발견됐던 것만큼 교도당국의 수감자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미국 내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명백한 위험신호에도 엡스타인이 자해 시도 이후 3일 만인 지난달 29일 극단적 선택 주의 감시 대상자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에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은 오히려 더 거세게 일었다. 엡스타인의 성학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제니퍼 아라오즈는 CNBC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이 더 이상 법정에서 그의 성학대 생존자들과 맞딱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피해 주장 여성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리사 블룸은 “민사 소송은 여전히 진행될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은 엡스타인이 남긴 평생의 피해에 대해 전부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엡스타인과 유력인사들의 친분을 바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거나 조작됐다는 설이 흘러다니고 있다.

엡스타인이 지난달 6일 2008년에 이어 같은 혐의로 다시 체포되면서 그와 친했던 유력 인사들과의 관계도 재차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배우 겸 코미디언 테런스 윌리엄스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리트윗해 논란을 일으켰다. 윌리엄스는 “24시간 7일 내내 자살 감시를 받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오호 그러셔.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제 그는 죽었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죽음을 연관시킨 듯한 음모론을 리트윗한 것이다. 클린턴은 과거 엡스타인의 개인 항공기에 여러 차례 초대받는 등 특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음모론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엡스타인과 각별한 사이였다. 트럼프는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정말 멋진 녀석”이라고 평하면서 “엡스타인은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미녀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이 보낸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런 유력 인사와의 친분 덕분에 과거 적은 형량만 살고 풀려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다시 제기된다. 엡스타인은 2008년 당시 미성년자 36명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검찰과 감형협상(플리바게닝)을 통해 단 2건의 성매매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3개월을 살았다. 당시 플로리다주 남부연방검사장으로 감형협상에 관여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는 논란이 일자 지난달 12일 노동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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