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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국민께 사죄…경영서 물러날 것"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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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 비하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 물의를 빚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서울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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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막말·여성 비하'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해 구설에 오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73)이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확산 조짐과 함께 정치권에서도 비판 성명이 이어지자 윤 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을 위해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창업한 지 29년 만이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임직원 700여 명이 참석한 월례조회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대일(對日) 대응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당시 영상의 유튜버는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비아냥거리거나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며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콜마는 지난 9일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였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불매운동 등 여론이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결국 윤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특히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의 유명 브랜드들로 피해 확산이 우려되자 윤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회장은 "7일 회사 내부 조회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했던 동영상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면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보게 된 고객사, 제품을 신뢰해준 소비자 및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그동안 불철주야 회사를 위해 일해 주신 임직원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설립한 윤 회장은 현재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화장품·의약품 전문 제조회사인 한국콜마와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인 콜마비앤에이치, 화장품 계열사인 에치엔지, 콜마스크, 의약품 회사인 콜마파마 등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다. 현재 일본콜마는 한국콜마 지분 12.14%,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2017년 기존 윤 회장 외 김병묵 부사장과 안병준 부사장 등 전문경영인 2명을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 바 있다. 올해 3월 안 대표가 사임하면서 윤 회장과 김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아 이끌어 왔다. 이번에 윤 회장이 공동대표 회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공동대표였던 김 대표가 단독 대표로 당분간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콜마, CJ헬스케어 등 관계사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평소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일본으로 유출됐던 우리 문화 유산인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구입해 국립박물관에 기증했으며,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이순신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순신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익점 선생에 대한 책 '기업가 문익점'을 출간했으며 이순신 장군의 조력자 정걸 장군에 대한 책 '80세 현역 정걸 장군'도 직접 집필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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