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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칼럼]한강의 기적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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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김선환 국제뉴스 경남본부 국장


#중국 춘추전국시대(BC 496년) 때 인접한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앙숙지간이다. 오나라 왕 합려와 월나라 왕 구천이 전쟁을 벌였다. 이 전투로 오왕 합려는 상처를 입고 죽어가면서 아들 부차에게 유언을 남겼다. 부차는 복수를 맹세했다. 그는 원한을 잊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자리를 마다하고 딱딱한 장작더미를 깔고 누워 복수의 칼을 갈며 군사를 양성했다.이를 눈치를 챈 월왕 구천은 오나라 부차에게 싸움을 걸어왔다. 하지만 전쟁에서 대패하고 항복한 뒤, 오왕 부차의 신하가 돼 마구간지기로 전락했다. 심지어 부차의 건강을 위해 대변까지 맛보는 치욕을 견디며 이를 갈았다. 그는 머리맡에 쓸개를 달아 놓고 항상 쓴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꿈꿨다. 마침내 월왕 구천은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크게 승리했다. 오왕 부차는 전쟁에 패함으로써 자결했다.

이 이야기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기본 줄거리다. 원수를 갚기 위해 오왕 부차가 불편한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잔 것과 , 월왕 구천이 쓸개를 핥으며 때를 기다린 것은,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고통과 고난을 참고 견뎌내며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는 준비하는 자가 승리를 거머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단순히 감성에 의존한 선포나 이벤트방식으로는 결코 치욕을 극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사기에는 이 복수를 위해 무려 수십 년간(20년) 절취부심(切齒腐心)함으로써 얻어낸 결과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면서 자유무역 질서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판이 바뀐 세계 질서는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그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과거 국제 질서라는 명분 때문이 아닌 오르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 카드와 환율전쟁까지 선포하고 있다. 세계 질서는 시계제로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 우려가 높다.그는 한국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 가뜩이나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농수산물 보호 장벽이 무너진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몰려들면서 국내 농어민들에게 치명적 타격이 우려된다.게다가 북한은 연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김정은 친서에 화답하고 있다. 최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과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는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일관하면서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는 등 철저하게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고립무원인 한국을 두고 흡사 북미일중러 등이 패권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다. 작금의 한국이 처한 위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최근 각의에서 의결했다. 불화수소 등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을 비롯한 수출 규제 대상이 사실상 전 분야로 확대된다. 규제가 강화되는 전략물자는 1194개에 이르고 이중 영향이 가장 큰 품목은 159개 정도라고 정부는 밝혔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인 이들 소재를 일본 정부가 직접 틀어쥐고 일일이 규제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보복이 아니라 경제전쟁이며 안보까지 위협받는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국민들까지 비분강개하고 있다.일본은 최근 규제 품목 중 하나인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한국 기업에 허용, 앞으로 전개될 국제분쟁에 유용한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이미 제외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강하게 상존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광학, 기계요소부품, 고분자화학 등 15개 산업 분야에서 1등인데 반해 한국은 이 분야에서 거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급소를 찔린 정부는 대체국에서 이들 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관세를 경감하고 국세납기를 연장해주는 등 세제 혜택을 주고 예산을 확대 편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처방 외에 국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관련 품목 등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풀고 전문분야에 한해 연구개발이 자유롭도록 노동시간 규제 철회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중 장기적으로 전략을 수립, 대처해 나선다면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특히 친 기업정책을 비롯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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