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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부처님뜻 세속서도 널리 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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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가 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구하 노스님은 이미 사격(寺格)을 갖춘 도심 포교당을 30여 곳이나 건립하셨습니다. 도심 포교는 시대의 목마름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했을 뿐입니다."

수십 년간 도심 포교에 매진해 온 서울 구룡사 회주 정우 스님의 고백이다. 불교계에는 정우 스님처럼 자기만의 방식으로 원력(願力)을 쌓아온 수행자가 많다. '원력'이라는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노력을 일컫는 말이다.

유철주 불교 전문 칼럼니스트가 최근 출간한 '원력의 화신'(상상출판)은 각기 다른 곳에서 원력을 쌓아온 수행자 16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부처님 도량을 재현한 제따와나 선원을 일구고 있는 일묵 스님, 불교사회복지 실천의 선구자인 자제공덕회의 보각 스님,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와 사찰 음식을 통한 문화 포교에 앞장 선 계호 스님, 오대산을 전국 제일의 수행문화도량으로 일군 정념 스님, 세계적인 불교 명상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불교상담개발원의 선업 스님, 차와 향으로 중생제도를 실천하고 있는 능혜 스님 등이 주인공이다.

원력을 실천하고 있는 재가불자들도 있다. 해외 포교에 힘쓰고 있는 김성림 국제포교사회 회장, 청화 스님 선양 사업에 진력하고 있는 김영동 청화불교대학 학장 등도 책에 수록돼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국행수륙재를 재현하면서 사찰 음식을 통한 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진관사 계호 스님은 "진관사가 불자 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진관사에 오는 모든 분이 부처님이 되기를 서원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진관사가 시민에게 '마음의 정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생을 불교사회복지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바친 보각 스님은 "남의 불행과 고통을 보면서 눈물 한 방울을 부조하고 보시할 줄 모른다면 수행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불교사회복지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자 중 절반 이상을 제자로 둔 보각 스님은 "우리는 수행자이며, 사회복지는 수행의 일환"이라고 강조한다. 언젠가부터 들려오는 '직업 승려' '직업 수좌'라는 말을 경멸하는 스님은 '본분을 지키는 수행자만이 중생을 구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유 칼럼니스트는 "이번 책에 모신 수행자들의 원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면서 "각자 분야에서 수행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었다"고 말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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