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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하루키는 아무 계획 없이 쓰고 헤밍웨이는 아침에만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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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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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시를 쓰면 세상이 마무리해줄 것입니다."

영국 시인이자 소설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말이다. 불완전한 것, 예상치 못한 것, 기묘한 것을 내놓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면, 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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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창간한 미국의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는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작가들을 인터뷰해왔다. 60여 년간 224호에 걸쳐 출간된 파리 리뷰의 정수를 모은 책이 나왔다.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나온 '작가라서'(다른 펴냄)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귄터 그라스, 올더스 헉슬리, 마거릿 애트우드, 어슐러 K. 르 귄, 장 콕토, 토니 모리슨, 테너시 윌리엄스,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등 시대와 장르를 초월하는 위대한 작가 303명에게서 얻은 919개의 생각을 간추려 담았다.

주제별로 편집된 이 책의 첫 질문은 "책을 즐겨 읽으셨습니까?"다. 트루먼 커포티는 상표나 요리법, 광고, 모든 국내와 신문과 잡지를 읽어댄 활자 중독자였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매일 밤 사무실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었다. 반면에 자신이 살던 '개떡 같은 마을'에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작가가 되었다는 메리 카도 있다.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관한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첫 문단을 쓰는 데 몇 달이 걸리는 편이라는 마르케스는 그래서 단편보다 장편을 선호한다. 단편은 하나를 쓸 때마다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는 아침 6시에 일을 시작해 정오까지 쓰거나 그 전에 끝낸다. 마야 안젤루 역시 글을 쓸 때는 호텔 방을 빌려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며 글을 쓴다. 이외에도 마누엘 푸이그, 무라카미 하루키, 윌리엄 깁슨도 규칙적인 작가다.

섹스 장면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늘 도입부부터 쓰는지, 제목과 인물 이름은 어디서 착안하는지와 같은 '영업 비밀'을 낱낱이 캐물었다. "이야기의 결말을 모른다면 글을 시작하지 않을" 거라는 캐서린 앤 포터 같은 작가가 있는 반면, "순전히 본능에 따른"다는 헤럴드 핀터, "아무 계획 없이" 글을 쓰는 하루키 같은 작가도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지을 때 보르헤스는 선조들의 이름을 따고, 아이리스 머독은 "등장인물이 자기 이름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르헤스는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현실의 콜라주라고 하고,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현실의 인물에서 출발하되 "원래 인물과 조금도 닮지 않도록" 변화를 준다고 밝힌다.

이 책은 작가가 선호하는 도구(노먼 러시는 한 번에 세 종류의 타자기를 쓴다)부터 초기에 기울였던 노력(메리 매카시는 남편을 방에 가뒀다), 작업 습관(윌리엄 깁슨, 마누엘 푸이그, 엘리자베스 스펜서는 낮잠이 필수다)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과정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양한 주제를 담은 덕분에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어도 좋은 책이다. 303명의 목소리 중에서 마음에 드는 울림을 단 하나는 분명 만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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