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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뮤지컬 리뷰] `시티오브엔젤`, 영화와 현실 오가다 길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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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8일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첫 공연 막이 오르자 화려한 옷을 입은 재즈보컬 4명이 등장했다. 그들이 즉흥적인 '스캣'(아무 뜻 없는 음절로 노래하는 재즈 창법)을 포함한 모던재즈를 들려준 후 사라지자 사립탐정 '스톤'이 나타났다. 미모의 의뢰인이 찾아달라고 부탁한 딸의 행방은 점점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만 간다.

바로 그때 무대 구석에서 신경질적으로 타자기를 두드리는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이 "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투덜거린다. 스톤은 바로 스타인이 쓰는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 스타인은 사립탐정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팜파탈을 두고 벌어지는 누아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제작자 등 주변 사람들과 부딪힌다.

무대는 현실세계와 영화세계를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제작진은 시나리오 속 세상을 흑백으로, 작가 스타인이 존재하는 현실은 컬러로 각각 대조시켜 직관적인 이해를 도왔다. 두 개의 줄거리 속 배우들은 회전무대를 통해 적재적소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최재림, 이지훈, 테이, 정준하, 가희 등 배우도 현실과 영화를 오가는 1인2역을 맡는다. 극 중 타자기 소리, 카메라 조리개 효과로 장면을 마무리하거나 영상의 빨리감기를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장면은 관객이 실제 시나리오를 쓰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백미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 18인조 밴드가 재즈, 블루스, 스윙 등을 현란하게 풀어내면서 관객들의 귀를 홀렸다. 연주곡은 미국 유명 작곡가 사이 콜먼이 만든 흥겨운 스윙재즈 노래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는 법. 초연 작품인 만큼 다듬어야 할 곳도 많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170분짜리 공연은 전개가 늘어져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하나의 무대, 두 개의 세계'를 내건 작품은 줄거리가 산만해 '극중극' 구조가 가지는 전형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스타인과 스톤의 이야기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전개되다가 서둘러 마무리된다. 일부 주연배우를 제외한 출연진 개개인의 역량이 들쑥날쑥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공연은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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