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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테라비트` 혁신 SK하이닉스 "기술로 위기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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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128단 1Tb 4D 낸드 개발 주역들. 왼쪽부터 심근수·천기창·정성훈·전유남 프로젝트리더(PL).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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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96단 4D 낸드 개발에 성공한 이후 차세대 기술을 집약한 128단 1테라비트(Tb) TLC 4D 낸드를 개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에 앞서 96단 4D 낸드와 이전 제품 간 개발 시차는 10개월이었는데 제품 간 시차가 점점 단축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부진이 장기화하고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 개발진은 이 같은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기술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SK하이닉스 '128단 1Tb TLC 낸드' 개발진은 이번 제품에 대해 "기가바이트(GB)를 넘어 눈앞에 다가온 테라바이트(TB) 시장이 본격화하면 모바일 기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주역은 심근수 프로젝트리더(PL·팀장), 천기창 PL, 정성훈 PL, 전유남 PL 등 4인방으로, 태스크포스(TF)에서 각각 소자, 회로설계, 공정, 종합관리를 맡았다.

낸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PC와 같은 전자기기 저장장치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로, 우리가 흔히 쓰는 128GB, 256GB 등 저장용량은 어떤 용량의 낸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성훈 PL은 "현재 최고 사양 스마트폰에는 512기가비트(Gb) 칩 8개를 쌓아야 512GB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데, 우리가 개발한 128단 1Tb 4D 낸드 칩으로는 4개만 쌓아 512GB 구현이 가능하다"며 "그만큼 한정된 공간 안에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공간이라면 1Tb 칩 8개로 저장용량 1TB짜리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낸드는 웨이퍼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더 높게 쌓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같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늘어나 성능과 효율이 좋아진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8단 1Tb 4D 낸드는 칩 하나에 성경책 1만7920권 분량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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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품 개발 TF명은 '라데팡스(La Defense)'다. 라데팡스는 수십 개 고층 빌딩이 들어선 프랑스 서북부에 위치한 대형 상업지구로, 모든 차가 지하로 다니고 보행자는 지상으로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설계된 계획 도시다. 전유남 PL은 "128단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단수를 구현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하부로 반도체 구동 회로를 넣어 면적을 줄임과 동시에 생산 효율을 높인 이번 제품의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 제품 개발에는 2~3년 소요되는데 라데팡스TF는 개발기간을 당초 예상보다 6개월 이상 단축했다. 96단 4D 낸드 개발에 활용했던 독자 개발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해 변수를 최소화하고 설계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계를 담당한 천기창 PL은 "통상 새로운 기술 단계를 적용할수록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개발 기간이 길어지게 마련인데, 팀 간 긴밀한 협업 체제로 회로 설계를 단번에 해냈다"고 말했다.

심근수 PL은 "이번 제품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가 될 5G 플래그십 시장에서 고용량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초고용량 수요가 많은 서버 제품과 2T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 등 일반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에서도 우리 제품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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